[ET-영화 View] 잔인한 ‘곡성’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영등위 분류 기준 ‘모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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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곡성' 포스터

영화 ‘곡성’이 공식 개봉 1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보면 볼수록 미스터리한 영화’라는 입소문 등을 타고 꾸준히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 작품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도 불붙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기준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영화를 접한 사람들은 작품의 수위가 훨씬 더 높다는 반응이다.

영등위 위원들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정보로 구분해 각 항목별로 ‘낮음’, ‘보통’, ‘다소 높음’, ‘높음’, ‘매우 높음’ 등 5단계로 나눠 등급을 결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의 영상물 등급이 매겨진다.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은 위에 언급한 7개 정보 중 어느 한 항목이라도 ‘높음’ 이상이 나오면 매겨지게 된다. ‘곡성’은 7개 정보 중 약물 부분만 제외하고는 모두 ‘다소높음’ 등급을 받았다. 기준에 따르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영등위 내용정보서비스에는 “선정성 및 폭력적인 부분은 정당화 하거나 미화되지 않게 표현되어 있고, 그 외 공포,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적혀 있다.

한 마을에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맞서 벌이는 공포 스릴러 영화로 보며,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거나 잔혹한 살해 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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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곡성' 스틸컷

‘곡성’ 제작사 사이드미러 관계자는 “나홍진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듯이 이야기를 만들 때 수위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다. 15세 관람가 등급이 나와서 좋게 받아들였다. 감독과 마케팅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심의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니 그저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다”고 말했다.

‘곡성’ 홍보사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과 전혀 다른 긴장감을 준다. 전작들에서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거나 살해 장면도 길고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는 반면에 ‘곡성’에서는 초자연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피해자는 있지만, 잔혹한 살해 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감독이 고민한 부분들을 관객들도 느끼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끔찍하고 잔인하다는 반응이다. 신체 일부가 훼손되거나 날 동물을 뜯어먹는 장면,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 등은 청소년들이 접하기에 적절치 않다. ‘폭력성’에 있어서는 외국보다 우리나라 영등위의 기준이 관대하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등위에는 등급 분류 기준이 존재하지만 시기에 따라 참여하는 위원들이 달라지며,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등급 분류를 할 때 그 사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다.

영등위는 “등급을 분류하는 위원들은 법률, 청소년 단체 등 여러 분야의 인원을 선출해 운영하고 있다. 기준에 대한 충분한 인지를 한 상태에서 등급 분류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선정성은 엄격하고 폭력성에 관대하다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등급 분류 기준에 대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개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