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로 글로벌 거래소 도약을 꿈꾸던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물 건너가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 2년 동안 조직 개편 하나를 보고 달려오다가 지나치고 넘어간 것들이 한꺼번에 곪아 터지는 모습이다. 임직원 소통이 부족해 생긴 문제로 인해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한국거래소는 30일 문을 연 20대 국회에서 재도전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고민이다.
지난 국회의 처리 과정을 보면 정치권은 글로벌 거래소라는 본질보다 민간 회사인 거래소의 본점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논란, 법안 초점을 희석시켰다. IPO에 따른 상장 차익 처리 문제 등을 놓고도 이견을 드러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한국거래소 재편 문제는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빨라야 내년에나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도 거래소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서울사옥 1층에서 열흘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전략과 전술에 모두 실패하고 조직 분열, 자본시장 혼란, 지역 갈등만 부추긴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능 중심 본부제로의 조직 개편과 정보기술(IT) 기능 효율화 등 시급한 한국형 자본시장 발전 방안을 수립하라고 주장한다.
거래소는 뒤늦게 흐트러진 조직문화 정비에 나섰다. 외부 기관에 컨설팅 용역을 맡겨서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문화의 유연성을 높여서 직원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집단 심층 인터뷰와 워크숍을 진행해 내용을 공유하고, 개선 과제를 정리해 이행계획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목표는 `섬김의(서번트) 리더십`이다. 조직원 간에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거래소의 다짐이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한 서번트 리더십에 맞게 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