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오픈마켓 채널 `아이템 마켓` 입점 판매자가 `상품 관련 콘텐츠` 저작권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쿠팡이 판매자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판매자가 제작한 상품 관련 콘텐츠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마켓 플레이스(현 아이템 마켓) 판매자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상품 관련 콘텐츠 조항을 추가했다.
해당 조항은 판매자 상품 콘텐츠를 마켓 플레이스 범위에서 기한 제한 없이 전 세계에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쿠팡에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판매자가 제작한 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을 쿠팡이 복제,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재사용 등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원 저작자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근거도 마련했다. 사실상 쿠팡이 별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입점 판매자 저작권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쿠팡 입점 판매자는 “쿠팡에 한 번이라도 콘텐츠를 게시하면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면서 “해당 조항에 따르면 거래를 종료해도 쿠팡이 판매자 콘텐츠를 마음대로 수정, 사용, 배포할 수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쿠팡은 판매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은 상품 콘텐츠를 동종 상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해당 조항은 `(판매자는)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한다`는 문장을 포함했다.
예를 들어 A판매자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제작한 이미지를 쿠팡이 임의로 B 업체 상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판매자에게 별도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정 이용약관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 전자상거래 전문 변호사는 “사진, 이미지, 영상 등은 원천적으로 원 제작자가 저작권을 갖는다”면서 “쿠팡이 별도의 판매자 동의 없이 저작권을 공유하는 것은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최근 오픈마켓 운영 형태를 같은 상품을 한 데 묶어 대표 상품 1개만 노출하는 `아이템 마켓`으로 개편했다. 개선 조항에 따르면 쿠팡은 대표 상품에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 상품 콘텐츠를 적용할 수 있다. A판매자 이미지를 섬네일로 사용하지만 정작 고객이 접속하면 B업체 상품을 노출하는 셈이다. 특정 판매자가 대규모 비용을 들여 상품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도 대표 상품에 선정되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입점 판매자는 “실제 콘텐츠 제작자와 관계 없는 판매자가 어부지리로 득을 보고 있다”면서 “개정 이용약관 적용 이후 매출이 반 토막난 판매자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과 아이템 마켓 입점 판매자 간 저작권 침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판매자는 공동 연대 단체를 구성, 쿠팡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판매자 의사에 반하거나 강압 방식으로 상품 콘텐츠를 판매자의 이익과 무관하게 사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판매자의 불만 사항들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 마켓 플레이스(현 아이템 마켓) 판매자 이용약관 `저작권` 관련 조항 (자료:업계)>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