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쿡방 프로그램이 대세다. 연예인급의 유명한 셰프들이 다양한 레시피로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셰프가 직접 창업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셰프가 기존에 근무했던 음식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또 그 음식점 이름을 상표로 출원하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설렁탕집에서 일하던 주방장이 따로 가게를 내고 예전 설렁탕집 이름을 상표 출원하면 등록받을 수 있을까. 설렁탕집 주인이 자기 상호를 상표로 등록해뒀다면 당연히 주방장이 출원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하지만 설렁탕집 이름이 상표로 등록돼 있지 않다면 어떨까. 이때는 상표법에 따라 상표등록이 거절돼야 마땅하나 실무적으로는 주방장의 상표가 등록되기 십상이다. 현행 상표법은 동업·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상표등록을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설렁탕집 주인이 미리 알고 특허청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한 심사관이 이런 사실을 알고 상표등록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물론 주방장의 상표가 등록되더라도 설렁탕집 주인은 자기 상호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상표법에 `내가 먼저 사용했고 자기 상호일 때는 계속 쓸 수 있는 선사용권`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간과 비용은 들겠지만 주인은 무효심판을 청구해 주방장의 상표를 무효로 만들고 권리를 되찾을 수도 있다.
만약 제3자가 우연히 설렁탕집 주인과 동일한 상호를 상표로 출원해 등록받으면 어떻게 될까. 주인은 선사용권에 의해 현재 영업 중인 가게 이름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자신의 상표권을 되찾을 수는 없다. 장사가 잘 돼도 이른바 2호점을 낼 수는 없다.
자신의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오로지 상표등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장사가 될 성싶으면 나중에 고초를 겪지 말고 우선 상표등록부터 하고 볼 일이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