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영상 체험기]"실감나는 영상, 짜릿해요"

“저리가. 으악. 살려줘요.” 경기도 일산 킨텍스 게임쇼 플레이엑스포 내 모션테크놀로지 가상현실(VR) 체험관. 체험 중인 중년 남성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40대 중반인 덩치가 큰 성인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계속 고함을 질렀다.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킥킥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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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VR게임을 하고 있다.

드디어 내 차례. 고글 형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검은 조끼 형태의 VR베스트를 입고 장갑을 꼈다. 순식간에 킨텍스 전시장에서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풍경이 변했다. 갑자기 눈앞에 누워 있던 시체가 벌떡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다. 다다른 곳은 엘리베이터.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불이 깜박거리는 낡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야 됐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로 뒤에 시체가 나를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멈칫하다 들어섰다. 문이 닫혔다. 몸이 떨렸다. 이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의 폭포를 가로지르는 좁은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찔했다. 다리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 현실 속 내몸은 일산 킨텍스에 있고,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 것을 알지만 너무 무서웠다.

이것이 바로 VR이 가진 몰입감이었다. 알고 보니 3분밖에 안 되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30분은 영상 속에 있었다는 착각이 들었다. 모션테크놀로지 측은 HMD뿐만 아니라 모션캡처 장비 등을 사용해서 몰입감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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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테크놀로지 VR체험관에서 관람객이 VR 영상을 경험하고 있다.

플레이엑스포 체험관을 둘러본 결과 VR영상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모든 VR영상이 환상적인 몰입도를 보여주진 못했다. 움직임이 큰 영상을 볼때는 다소 어지러웠다. 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영상은 대부분 다 어지러움증을 동반했다. 시각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신체의 다른 기관은 정보를 얻지 못하는 불일치 때문에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VR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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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VR게임을 체험해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로 VR 영상을 볼 때도 화질이 아쉬웠다. PC 기반 VR영상과 확실하게 화질 차이가 많이 났다. 차정훈 VR산업협회 기획정책실 팀장은 “PC 콘텐츠는 고화질이지만 모바일 기반 VR은 스마트폰 처리 기술력에 의해 동영상이 구현되기 때문에 화질이나 프레임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VR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은 올해 약 40억달러(4조300억원) 규모인 VR시장이 2020년 1500억달러(16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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