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Swap)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맞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금융권에서 일정량 채무와 채권을 서로 거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1981년 세계은행이 발행한 유로달러 채권과 IBM이 발행한 스위스 프랑·독일 마르크 채권을 맞바꾼 게 스와프의 첫 시도였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교환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야구에서 투수가 필요한 팀과 타자가 필요한 팀이 선수를 바꾸는 `트레이드`와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정치에도 스와프 거래가 있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놓고 `빅딜`을 할 때다. 다만 정치에서는 민생 법안을 놓고 `거래`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주로 집권당이 요구하는 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야권에서 `정치적 거래용`으로 맞불 법안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구분돼 있는 정국 상황에서 `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구조로 봐야 한다.
20일로 19대 국회가 마무리된다. 19일엔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얼마나 많은 법안이 추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하루 전엔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린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4법, 규제프리존법, 의료법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등 꽁꽁 묶여 있는 규제개혁 관련 법안 처리에 막판 총공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줄곧 `규제 개혁`을 부르짖었다.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 암덩어리`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지난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급기야 `파괴`라는 단어를 들어가며 지금과는 다른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 경제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도 비슷한 시기에 과감한 규제 개혁을 펼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찾기 위해 내건 3개 화살(무제한 양적완화·재정 확대·과감한 규제 개혁) 중 하나다. 이들 3개 화살은 여전히 성공과 실패의 문턱에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 정책만큼은 우리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원격의료, 무인차, 드론택배, 서비스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주 열리는 19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규제 개혁 관련 법안이 막차를 타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3당 지도부는 이번 주 막판 조율을 벌이며 `딜`을 할 것이다. 경제에서 스와프 거래는 서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정치에서도 `민생` 앞에 여야가 없다는 기본 전제 하에 서로에게 득이 되는 최선의 `스와프 거래`를 기대해 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