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 리포트⑯] ‘부산행’, 칸의 마음 훔친 ‘한국형 좀비’(리뷰)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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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EW 제공

영화 '부산행'이 프랑스 칸에서 관객들의 호평 속에 첫 선을 보였다.

5월13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부산행’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공유, 정유미, 신수안 등이 참석했다.

‘부산행’은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분)와 그의 딸 수안(김수안 분), 잉꼬 부부 성경(정유미 분)과 상화(마동석 분),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도중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겪게 되는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좀비가 되고, 이러한 재앙은 부산행 KTX를 탄 이들에게까지 퍼지게 된다. 남보다 자신만을 위하는 아빠 석우와 그런 아빠에게 거리를 두는 딸 수안, 임산부인 성경과 그를 끔찍하게 챙기는 상화,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서 무너지는 군상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닿아있다.

누군가에게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이 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방패로 삼았던 것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뻔한 이치를 담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돌직구’ 메시지는 관객들의 가슴에 뭉클함과 씁쓸함을 남긴다.

작품 틈새를 파고드는 배우 마동석 특유의 유머 코드는 웃음을 선사하며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와 반대로 그의 육중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액션은 통쾌함을 안겨줬다. 또 아역 배우 김수안의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줬다.

작품 외적으로 ‘부산행’이 가지는 의미는 다수 존재한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한국에서는 비주류 장르인 좀비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이미 ‘돼지의 왕’으로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모두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453km의 처절한 사투, ‘부산행’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