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이 항공기 조종사(파일럿)인 청소년들을 위한 책 〈구름위의 지휘관, 파일럿〉이 출간돼 화제다. 현직 대한항공 조종사인 한고희 씨가 30년 넘게 파일럿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책은 파일럿이 되는 방법에서 비행 중에 겪는 돌발 상황, 화려함 뒤에 숨은 고민과 보람, 생명을 건 철저한 직업관 등 파일럿에 대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파일럿의 A에서 Z까지, 파일럿의 모든 것을 밝히다!
공항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마주치는 파일럿이지만, 일반 승객이 비행 중인 비행기에서 파일럿을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즉, 파일럿이 비행 중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베일에 꼭꼭 싸여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파일럿을 그저 군인이나 경찰처럼 제복을 입고, 보수를 후하게 받고,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직업인 정도로 알고 있는 게 전부이다. 하지만 이들이 왜 제복을 입는지, 왜 보수를 많이 받는지, 얼마나 외국어를 잘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직접 파일럿을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알 듯 모를 듯 느껴지는 파일럿에 대한 모든 비밀(?)을 속속들이 알려 준다. 파일럿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파일럿이 될 수 있는지, 주로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등. 책은 또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인 만큼, 백과사전이나 가이드북처럼 직업에 대한 딱딱한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에서는 직업으로서 파일럿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비행과 비행기, 승무원과 승객에 대한 알찬 정보까지 제공한다. 본문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모아 간단한 정보글로 엮어서 보여 주는 방식이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한 비행기에 파일럿이 몇 명이나 탑승하는지, 사고가 발생하면 몇 초 만에 대피해야 하는지, 왜 비행기 창문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지 등등 듣기 전에는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깨알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저자가 파일럿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 평상시에도 완벽한 파일럿이 되기 위해 스스로 관리하는 법, 비행 전에 스스로 다잡는 마음가짐 등 한 분야에 오랜 시간 종사해 온 직업인이자 멘토로서 평상시에 어떻게 살아가는지 까지 오롯이 보여 주고 있다. 독자들은 단순히 직업에 대한 궁금증만 해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솔직담백한 경험담을 통해 파일럿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동시에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에피소드1
〈파일럿이 되면 뭐가 좋을까요?〉
“파일럿이라는 직업은 여러 친구들이 말했듯이, 매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비행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생활에서 오는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고, 승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비행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중략) 그리고 이건 그냥 나만의 생각인데, 파일럿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나누는 데서 오는 것 같아. 아무래도 비행기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시작하거나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경우에 주로 이용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보다는 주로 기쁨이나 설렘과 함께하게 되니까 말이야. 파일럿의 가장 큰 행복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56쪽, 에서
#에피소드2
<기장님, 질문 있어요!>
“‘파일럿’이라는 직업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외국에 자주 나가고, 보수를 많이 받는 등 화려한 모습도 중요해요. 하지만 파일럿은 무엇보다도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무거운 의무감을 느끼는 자리라는 걸 명심해야 돼요. 의외로 좋은 조건만 보고 도전한 사람들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쉽게 포기하게 되거든요. 부디 겉모습보다는 파일럿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심을 더 큰 가치로 생각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파일럿이 되고자 하는 여러분, 선배 파일럿으로서 언제나 환영합니다!” -161쪽,
#에피소드3
<창문에 얽힌 중대한 비밀>
“관찰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비행기 창문 안쪽 아래쪽에 지름 1mm 정도의 구멍이 나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행 중에 구멍을 발견했다면 ‘헉, 나 이제 죽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모든 창문에는 구멍이 나 있으니까 말이다. 이 구멍은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행기 창문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성에가 끼거나 김이 서리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비행 중에는 비행기 바깥과 안쪽의 온도차가 75도까지 벌어지게 되는데, 객실 내의 따뜻한 공기가 조그만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 바깥 창문과의 온도 차이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94쪽,
작가 소개
글 한고희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빨간 마후라’를 수여받은 후 13년간 공군 파일럿으로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켰다. 199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현재 A380의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만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그에 걸 맞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파일럿으로, 스스로를 ‘구름 위의 귀요미’라고 부르는 엉뚱함의 소유자이다. 지은 책으로 〈파일럿의 특별한 비행 일지〉가 있다.
그림 정우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올드독’이라는 캐릭터로 여러 매체에 웹툰을 연재했고, 〈올드독〉〈올드독의 영화 노트〉〈개를 그리다〉〈올드독의 제주일기〉 등의 책을 직접 만들었다. 그린 책으로〈꼬불꼬불 나라의 지리 이야기〉〈꼬불꼬불 나라의 정치 이야기〉 등이 있다.
도서출판 라임/ 164쪽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