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제동]다단계 `된서리`...유통 구조 재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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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인천 한 체육관에서 국내 최대 휴대폰 다단계 업체인 IFCI 주최로 열린 행사에 수천 명의 판매원이 참가해 결의를 다졌다. 사진 뒤편 걸개에 `꿈이 현실이 되는 행복한 기업 IFCI`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휴대폰 단말기값과 2년 약정요금 합이 16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 제재로 휴대폰 다단계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다단계에 대해서도 이른바 `160만원 룰`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통신업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이통 다단계는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1%도 되지 않지만 번호이동 등 가입자 유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통신 3사 가운데 다단계 비중이 가장 큰 LG유플러스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새로운 유통망 구축에도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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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다단계, 숫자는 작지만 의미 커

산술로는 다단계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통 3사 전체의 휴대폰 다단계 가입자는 39만여명이다. LG유플러스가 29만명으로 가장 많다. KT가 6만7000명, SK텔레콤이 3만2000명이다. 이는 전체 휴대폰 가입자 5400만명의 0.72%에 불과하다. 휴대폰 사용자 100명 가운데 1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 내에서도 가입자 유치 공헌율은 5% 안팎이다. 5% 정도만 다단계로 가입자를 끌어오고 나머지 95%는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통해 모집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숫자가 작다고 해서 중요성마저 적은 것은 아니다. 다단계는 특유의 공격적 영업으로 가입자 유치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 오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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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14년 10월 1일~2015년 5월 31일 8개월 동안 LG유플러스 휴대폰 다단계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사정을 아는 게 어렵지 않다.

당시 LG유플러스는 8개월 간 다단계로 18만2493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번호이동 가입자는 10만1997명으로, 다단계 가입자의 56%를 차지했다. 이 기간 LG유플러스 전체 번호이동 가입 비중이 38%인 것과 비교하면 다단계의 번호이동 유치 효과가 20%포인트 가까이 높다. 그만큼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 오는 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전체 순증 규모는 5만3000명이다. 다단계로 번호이동 가입자 10만여명을 유치하지 못했다면 결코 달성하기 힘들었을 숫자다. LG유플러스가 번호이동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데 다단계가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통위에 이어 공정위까지, 이통 다단계 `된서리`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제재를 가하면서 휴대폰 다단계는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진 게 사실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다단계와 일반 대리점에 요금수수료, 판매 장려금 등을 과도하게 차별 지급해 이용자 차별을 유도했다며 LG유플러스에 23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7개 다단계 유통점에는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각 100만~250만원 부과했다.

11월에는 `이동통신서비스 다단계 판매 지침`을 제정했다. 다단계 판매원도 일반 유통점과 동일하게 사전 승낙을 받도록 하고, 지원금 과다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허위·과장 광고도 금지했다. 간섭이 심해지고 이통사 장려금마저 줄어들면서 다단계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 정부는 이 조치 이후 다단계 가입자가 반 토막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휴대폰 다단계에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결정 핵심은 이통 다단계도 `160만원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방판법) 제23조 제1항 제9호는 다단계 판매업자가 160만원을 초과한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약정요금(통상 2년)을 합해 16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월 5만원짜리 요금을 쓴다면 2년 약정요금만 해도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중저가 단말기나 요금제를 팔면 되지만 이익이 적게 남기 때문에 다단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시장 “이통시장 투명화” 목소리도

이동통신 유통은 크게 직영점, 대리점, 판매점 구조를 갖는다. 직영점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으로 수가 많지 않다.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해 통신상품을 판매하고 고객관리도 한다.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 제품을 대신 팔아 주는 역할만 한다. 판매점은 복수 사업자 제품을 취급할 수 있어 유통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유통 경로는 대리점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2013년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에 따르면 대리점은 전체 이통 유통의 37%(판매대수 기준)를 차지했다. 결국 누가 전국 대리점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이통 유통의 승패가 갈린다. LG유플러스는 대체로 대리점이 약하다. KMDA 추정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보유한 대리점 수가 각각 약 3400개, 2400개, 2000개다.

LG유플러스가 대리점 수에서 밀리는 이유는 사업 초기의 브랜드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졌지만 초기에는 점유율이 현저하게 높은 SK텔레콤, KT 등과의 경쟁이 버거웠다. LG유플러스가 다단계에 힘을 쏟은 이유이기도 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 것이다.

월 2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끌어 오던 다단계가 사라지면 LG유플러스는 당분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번호이동 시장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다단계 수준의 가입자 유치 효과를 내는 전국 유통망을 새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현실로는 기존의 대리점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다단계 판매가 줄어들면서 이통 시장이 좀 더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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