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제동]공정위 판결, 왜 1년이나 걸렸나

지난해 5월 서울YMCA가 공정거래위원회에 `IFCI와 B&S솔루션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행위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공정위는 대상을 4개 사업자로 확대하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공정위가 최종 판결을 내리기까지 만 1년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18일 첫 소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는 위원사이에도 이견이 있어 합의 유보를 결정했다. 이후 2월 19일 열린 2차 소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휴대폰 다단계 판결이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공정위 판결이 국내 휴대폰 다단계 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관과 심사대상 업체뿐만 아니라 위원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면서 공정위는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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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공개로 진행됐던 1차 소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왜 공정위가 1년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과천에서 열린 1차 소회의에서 B&S솔루션과 IFCI를 비롯한 4개 다단계 업체에 대한 방문판매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심사가 4시간 동안 한 업체씩 진행됐다. 세 명 위원과 조사를 담당했던 심사관, 4개 업체 관계자와 법률대리인이 참석했다.

주요 쟁점은 방판법 22조와 23조 위반 여부였다. 방판법 22조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 수당 지급 기준 적용을 조건으로 과다한 재화 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심사관은 대상 업체가 특정한 등급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를 어겼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 회원으로 강등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단계 업체는 다단계 판매원은 매출에 따라 승급을 하고 해지(반품)하면 강등되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강제 강등시키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대 쟁점은 23조다. 23조 제1항 제9호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부가세 포함 160만원)을 초과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휴대폰을 단품으로 볼지, 단말기와 24개월 서비스(요금)을 합해서 산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이어졌다.

심사관은 “심사보고서 결과를 보면 휴대폰 다단계 판매는 가장 낮은 최저요금제 기준으로 보더라도 요금과 단말가격이 버젓이 160만원을 넘는다”며 160만원 초과 판매금지를 휴대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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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휴대폰 다단계 판결을 내리면서 1년 동안 장고를 거듭했다.

다단계업체는 현실적으로 160만원에 단말과 서비스를 포함시켜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입자가 중간에 스스로 해지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24개월 요금 계산은 합당하지 않으며 160만원이라는 기준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심사관은 “휴대폰은 단말과 서비스가 연관돼 있는 상품”이라고 반박했다.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때 단말 가격과 이동통신서비스 월별 가격을 묶어서 계약서에 사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약서에 이미 24개월 의무화가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무 기간 전체 가격을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심사관 주장이다.

한 위원은 “24개월 동안 매달 사용하고 대가를 별도로 지불하는 것을 과연 하나의 재화로 볼 수 있는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매달 요금은 후불이기 때문에 하나의 재화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얘기한 셈이다.

심사관은 24개월 이용 계약을 할 때 위약금으로 강재화하고 한 달에 얼마를 낼지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재화가 맞다고 주장했다. 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요금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단말과 서비스를 하나의 재화로 인정한다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한 다단계업체 대표는 “24개월 약정은 다단계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이통사와 하는 것이며 계약 당시 강제적으로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재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말만 매출로 산정되고 24개월 요금은 다단계 회사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위원들은 160만원 초과 상품 판매 금지는 설득력이 있지만 매출은 단말로만 산정된다는 말에 고심하는 표정을 보였다. 심사관은 단말뿐만 아니라 가입 수수료도 매출에 산정되며 매출이 어디로 잡히는지에 따라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소회의는 치열한 공방 끝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합의유보로 끝을 맺었다. 지난 2월에 열린 두 번째 소회의에서도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