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라고 다 같은 원전은 아니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다시금 지진과 원전에 대한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많은 충격을 준 전적이 있어 `일본+지진=원전 우려`라는 공식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원전은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원전이 과연 안전한가?”와 “원전이 없으면 안 되는가?”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은 이 토론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지도 5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곳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원전의 차이점을 많이 언급됐지만, 아직도 많은 원전들이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시되고 있다.

차에도 종류로는 트럭, 승합차, 버스, SUV, 승용차가 있고, 연료로는 경유와 디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이 있듯이 원전도 배관 구조와 연료 방식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 방식인 반면, 국내 원전을 비롯해 최근 지어지는 것들은 `가압경수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솔직히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원전의 차이를 아는데 있어 `비등`, `가압`, `경수`, `중수` 등의 용어를 알 필요는 없다.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용어인데다, 더 복잡해지기만 한다. 문과계열인 본지 기자 역시도 원전을 공부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접했다.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원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을 끓여 발생시킨 증기가 이동하는 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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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왼쪽 가압경수로가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모델이고 오른쪽 비등경수로 후쿠시마 모델이다. 연료봉의 열을 통해 뜨겁게 달궈진 물이 어디로 통하는 지를 따라가 보면 두 모델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비등경수로와 달리 가압경수로는 중간에 증기발생기라는 것이 있다.

가압경수로는 원자로에서 뜨겁게 달궈진 물이 파이프를 통해 증기발생기를 거쳐 다시 원자로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중탕과 같은 개념으로 뜨거워진 파이프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한다. 그림에서는 증기발생기를 거쳐 가는 파이프가 두 개 밖에 안보이지만 실제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이프들이 촘촘하게 배열돼 물을 끓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콘크리트 격납용기 안에서 이뤄진다.

반대로 비등경수로는 원자로에서 바로 물을 끓여 증기를 생성한다.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는 바로 터빈실로 이어져 전력을 생산하고, 냉각 후 다시 원자로로 들어가는 순환체계를 갖는다.

가압경수로는 연료봉에 접촉한 물이 격납고 안에서만 순환하며 밖으로 나올 수 없지만, 비등경수로는 격납고 밖으로 빠져나와 발전계통을 지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원자로 순환계통에 밀폐시키고, 계통이중화로 발전용 증기는 중탕으로 발생하는 가압경수로가 안전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를 비롯해 과거에 지어진 원전들은 비등경수로 방식을 채용한 곳이 많다. 이유는 바로 효율성 때문이다. 중탕으로 물을 끓이는 가압형보다는 원자로에서 직접 증기를 만드는 비등형이 훨씬 효율성은 좋다. 과거에는 효율성이 중시되다보니 비등형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효율보단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가압형이 많이 채용되고 있다.

덧붙여 냉각수도 집고 넘어가면 구조도(복수기)에서도 나왔듯이 발전소 냉각배관 역시 독립되어 있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이유는 없다. 복수기 내에서 뜨거워진 증기가 바닷물이 채워져 차가워진 파이프를 지나면서 다시 물이 되는 구조다. 실제 원전 내에서 순환하는 증기가 냉각되어 바다로 버려지는 것이 아닌 들어왔던 바닷물이 그대로 다시 나간다.

물론, 복수기의 냉각 파이프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후쿠시마와처럼 발전계통과 원자로계통이 하나로 이어진 비등형 모델은 문제가 생긴다. 반면 가압형은 복수기 내부를 지나가는 증기가 방사능 무관한 만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후쿠시마와 국내 원전의 차이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는 했지만, 이런 설명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지는 못한다. 객관적으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확실한 처리법이 없는 지금 상황에선 원자력이 완벽한 에너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원전은 최선이라기보다는 차선의 에너지원이라 생각한다.

안전과 필요성이란 기준은 개인차가 있고 관리 주체의 노력 여하에 변수가 있다. 때문에 원전이 “안전하냐?”, “꼭 필요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고 본다(사실 세상에 절대 명제를 가진 것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대신 우리나라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부문에선 정말 불쌍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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