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IP 허브는 중재기관 강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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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주)테스 지적재산팀장.

지난 4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성전자와 다이슨 간의 청소기 관련 특허침해 사건을 조정으로 종결했다. 삼성이 청소기 `모션싱크`를 출시하자 다이슨은 자사 특허침해라며 영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은 다이슨이 근거 없는 자사 비방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맞소송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 4월 다이슨은 영국 침해소송을 취하했다. 우리나라 법원의 조정을 통해서다. 국내 분쟁뿐 아니라 영국에서의 분쟁도 해결하게 됐다. 이같은 합의는 양 당사자가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특허침해로 인한 대응 전략은 다양하다. 소송 제기로 법원에서 다투거나 협상을 통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도 있지만 다이슨 사례처럼 조정으로 마무리하거나 상호간 합의에 따른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중재나 조정, 화해와 같이 당사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체적 분쟁해결(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다.

기업이 계약을 체결할 때 분쟁 해결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송을 전제로 분쟁 해결을 위한 관할법원과 준거법을 규정하게 된다. 그러나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조항을 삽입하는 경우 중재는 그 성격상 종국적 분쟁의 해결방안이다. 국제적인 계약의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 중재조항을 삽입할 때 양 당사자는 서로 자국의 중재기관을 이용하려 한다. 결국 제3국의 중재기관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국제 중재기관으로는 프랑스 국제상업회의소(ICC),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미국중재협회(AAA),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중국국제경제무역 중재위원회(CIETAC)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사중재원이 대표적이다. 2014년 국내 사건은 382건을 접수하며 성장세에 있으나 국제 사건은 87건에 그쳤다.

대한상사중재원은 332명의 국제중재인으로 구성된 국제중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외국 국적의 중재인은 204명이다. 싱가포르 SIAC의 경우 자국인을 제외한 외국 중재인은 38개국 307명에 이르고, 홍콩 HKIAC는 1500명 이상의 외국 변호사가 있다. 영국 LCIA는 해외 29개국의 중재인을 포함한다. 지난해 LCIA가 다룬 국제사건 비중은 84.4%에 달했다. 미국 AAA는 80개국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뉴욕과 멕시코, 싱가포르에도 사무소가 있다. 그렇지만 각국 중재기관을 들여다보면 지식재산 전문가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에서 소위 IP 허브를 구축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사법부는 작년 `IP Hub Court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국제 IP 분쟁 해결을 위한 IP 전문법원의 비전을 제시했다. 국회는 `국회 세계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특허법원도 지난달 `지식재산 분쟁 조정위원` 위촉식을 열며 아시아 지식재산 분쟁해결기구로 키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허권자 승소율을 높이거나 손해배상액을 증액한다고 외국 기업이 한국을 분쟁 해결지로 선택할 지는 의문이다. 또한 특허 무효율을 낮추거나 영어로 재판할 수 있는 법원을 만든다고 해외 기업 소송이 한국으로 몰리는 것은 아니다.

중재기관은 다르다. 얼마든지 제3국의 중재기관을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중재조항이다. 양 당사자가 중재지를 한국으로 합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면 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있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위원회를 확대·강화하고 민간 중재기관을 설립을 지원하거나, 해외의 저명한 중재기관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전략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에 강점을 가지는 중재기관을 설립할 수도 있다. IP 분쟁 해결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외국 기업들도 한국을 중재 허브로 택할 것이다. 비밀유지와 중립성 보장은 물론 중재 절차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중재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P 분쟁에 국제적인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 양성이 필요하다. 우리만의 특별한 강점을 지닌 IP 중재기관 설립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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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테스 지적재산 팀장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