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의 한중록]<7>게임이 제조·중공업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4월 중순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국제 모바일게임 콘퍼런스와 지식재산권(IP) 대회에 초대를 받아 방문했다.

상해에 거주 중인 필자는 상해-북경 고속철도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한국인에게 알려진 1성급 도시 외에 실제 중국 시골을 관통해서 지나가는 고속철도를 통해 중국 풍경과 발전양상을 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상해-북경 간 고속철도는 2008년 4월 착공을 시작해 2011년 6월 완공, 운행을 시작했다.

1318km나 되는 먼 거리인지라 완공에 상당기간 걸릴 것으로 예측됐지만 중국정부는 공격적 투자로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총 공사비는 2209위안으로 한화로 약 40조원 가까이 되는 거대 예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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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도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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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도 기차

운항속도는 평균 시속 320킬로로 상해에서 북경까지 가는데 대략 6시간 정도면 도착을 한다. 비행기로 가면 약 2시간이면 되지만 공항에서 출입국 과정, 연착을 감안할 때 시간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기분은 아니다.

무엇보다 좌석의 편안함과 550위안이라는 비용은 항공편을 이용했을 때 비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기차는 상해를 지나 강소성-절강성-산동성을 거쳐 천진과 북경으로 간다. 남경, 제남 등 고대의 거대 도읍지였으나, 내륙에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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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3년 전 이용했을 때에 비해 SOC시설 증가와 아파트 등 주거공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건설경기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돈이 돈다는 의미다. 과거에 그저 광활한 벌판을 달리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역 주변으로 대단위 개발이 이뤄져 점차 거대 도시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개발이 계획개발이 아니라는 점은 비전문가 눈에도 보였다. 제남역 인근은 대규모 주거타운의 건설이 거의 완공이 되어 가는 중인데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수만동이 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 십만 세대를 수용가능한 어마어마한 주거타운이지만 주거공간만 있을 뿐 여타 생활편의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유령도시가 될 위험마저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한국이 과거 누렸던 건설과 조선, 철강산업 등 중공업 분야 황금기는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속도와 규모가 장점이다.

한국 IT 업종, 특히 게임은 스피드와 창의성을 가지고 중국시장을 석권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규모와 시장을 무기로 중국이 한국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조업, 중공업 성공과 후퇴를 게임분야도 겪는 셈이다.

제조업과 중공업은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 하는 구도였다면 게임은 중국시장에 직접적 진출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중국회사를 파트너 삼으면 수월하다.

호랑이와 맞서 싸울 것인지 호랑이 등을 타고 호령을 할 것인지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전략적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게임 칼럼니스트, dooil.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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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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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 내부. 우리나라 KTX보다 넓어 보인다(출처: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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