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비정규직 대거 채용…연구 연속성·전문성 떨어져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늙어가고 있다. 정규직 10명 중 7명은 40대 이상이다. 20대 정규직이 한 명도 없거나 20대보다 60대 이상 연구원이 더 많은 출연연도 수두룩하다. 조직이 고령화하면서 연구 실험 현장에 20~30대 비정규직이 채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밝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25개 출연연 연구직 인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정규직은 864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 266명, 30대 2301명, 40대 3547명, 50대 2199명, 60대 이상 334명 등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이 전체 70%를 차지해 20~30대보다 2.3배 많았다. 20대 이하는 전체 3%에 불과했다.
정규직에 20대 이하 젊은 연구원이 한 명도 없는 기관도 4곳이나 됐다. 기계연구원과 생명연구원은 정규직 연구원이 각각 291명, 228명이었지만 20대 이하 정규직은 한 명도 없었다. 천문연구원과 핵융합연구원도 정규직 연구원이 100명을 넘었지만 20대는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가장 고령화된 기관은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나타났다. 식품연과 원자력연은 50~60대 연구직이 전체 43%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이 각각 40%, 39%, 39%. 36%로 나타났다.
직급에서도 역피라미드 구조가 나타났다. 가장 높은 책임급이 선임급의 두 배가 넘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연구 책임급이 1058명, 선임급 572명, 원급이 105명으로 확연한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연구 책임급 190명, 선임 84명, 원급이 2명으로 책임이 선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 출연연에서 책임급이 선임급보다 많았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직장으로 치면 부장이나 임원이 한참 일할 과장이나 차장보다 많은 것”이라며 “실제로 연구 현장에서 실험이나 모니터할 젊은 연구원이 없어 제대로 된 연구가 힘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젊은 현장 연구원이 부족하자 임시방편으로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국과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비정규직 연구원은 289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대(800명)와 30대(1443명)가 전체 77%였다. 사실상 젊은 연구원은 비정규직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1~2년 짧게 근무하고 계약이 완료된다. 연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하면서 공공기관이 `열정페이`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출연연 인력 역피라미드 구조는 1970~1980년대 산업화와 함께 기술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구원을 대거 채용했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정년까지 보장되면서 젊은 연구원 채용 규모는 매년 줄어들었다.
40~50대만 살펴보면 2000년 34.5%에서 2010년 63.2%, 2015년 66%로 노령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반면 20∼30대 연구원 비율은 2000년 65.5%에서 2010년 37.7%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2015년에는 30%까지 내려왔다.
정원이 정해져 있는 공공기관 특성상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으면 왜곡된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과연 관계자는 “자체승인 인력의 확대로 선임급 이하의 젊은 직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 협력 중”이라며 “현재 출연연 명예퇴직 보상 프로그램도 사기업은 아니더라도 공기업만큼 보상을 현실화해야 인력 순환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 연령별 연구직 인력현황(정규직) (단위: 명 / `15.12월말 기준)>
<출연연 연령별 연구직 인력현황(비정규직) (단위: 명 / `15.12월말 기준)>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