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완성차 업체들이 `터보 엔진` 라인업을 경차부터 플래그십 세단까지 전 차종에 확대한다. 한국지엠은 오는 27일 출시하는 신형 말리부에 두 종류의 터보엔진을 장착한다. 쌍용자동차는 내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1.5리터, 2.0리터 터보엔진을 개발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판 터보 엔진 차량은 총 14종으로 국산 승용차(RV포함) 52종 중에서 26.9%를 차지했다. 이는 국산 터보 차량이 3종에 불과했던 2011년보다 4년 만에 11종 늘어난 것이다. 2011년 이후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높인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된 덕분이다.
터보 엔진은 터보 차저로 엔진에 보내는 공기 양을 인위적으로 늘려 동력 성능을 강화한 엔진이다. 엔진 배기량이 낮아도 순간 가속성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특히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국내에선 경제성이 뛰어나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터보 모델 출시가 늘고있는 추세다. 다만 내구성을 생각하면 자연흡기 엔진이 더 우위에 있고 수리비용도 터보 엔진이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차는 국산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6종의 터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적용 차종도 소형 해치백 `벨로스터 터보`, 스포츠 쿠페 `제네시스 쿠페`, 중형세단 `LF쏘나타 T-GDi`,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EQ900` 등 다양하다. 특히 지난 연말 출시한 EQ900은 3.8 가솔린 모델보다 3.3 가솔린 터보 모델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고배기량=고가격` 등식을 깼다. 3.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f.m 등의 힘을 낸다. 3.8 가솔린 모델보다 최고출력이 55마력, 최대토크가 9.5㎏f.m가량 더 높다.
르노삼성차는 2013년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국내 최초로 중형차에 장착했다. 1.6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한 SM5 TCE는 최고출력이 190마력으로 2.5리터 가솔린 엔진 수준 힘을 제공한다. 반면 연비는 13.0㎞/ℓ로, 동급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출시한 SM6에도 1.6 터보 모델을 적용했다. 1.6 터보 모델은 2.0 가솔린 모델보다 높은 가격에도 전체 계약 물량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지엠은 오는 27일 국내 출시하는 신형 말리부에 1.5 터보, 2.0 터보 등 두 종류의 터보엔진을 장착한다. 1.5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5.5㎏f.m을 발휘하고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f.m의 힘을 낸다.
쌍용차는 내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2.0ℓ 터보 GDI`와 `1.5 터보 GDI` 등 2종의 차세대 가솔린 엔진을 자체 개발한 후 창원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가솔린 터보 엔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차세대 엔진은 2019년 선보이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신차인 `코란도` 후속모델과 미국형 티볼리 업그레이드 모델 등에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M6, 쏘나타 1.6 터보 등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말리부 터보까지 가세하면 중형차 시장은 터보 라인업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환경 기준과 세금 기준을 고려하면 과거 자연흡기 엔진이 설 자리는 점차 줄고 터보 엔진 개발은 활발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