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신(新)기후체제 출범(파리협정)으로 195개 협약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8.5억톤) 대비 37%인 3.1억톤을 감축목표로 설정했다. BAU는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기술과 현재 수준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석유화학·철강·정유 등 주력산업의 에너지 사용 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대비 석유화학 167%, 철강 118%, 정유 118%다. 이미 높은 효율을 더 높이라는 것은 사업을 줄이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시 해외 경쟁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획기적 보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온실가스 추가 감축은 발전원가와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주요 성분인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을 탄소자원으로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탄소자원 활용기술` 개발과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010년에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설립해 국내 온실가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기술 개발 전문센터를 설립했다. 관련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의 비밀은 탄소에 있다. 모든 탈 수 있는 것에는 탄소가 포함됐다.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탄소화합물이 되면 이산화탄소와 에너지가 생긴다.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타기 전 탄소화합물이 갖고 있던 에너지와 이산화탄소가 갖는 본연의 에너지와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이다. 이산화탄소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물질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생성된다. 이산화탄소를 지구상 가장 안전한 물질로, 이를 자원으로 바꾸는 방법이 계속 개발된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은 암모니아와 반응해 나타나는 우레아다. 또 에틸렌카보네이트, 디메틸카보네이트라고 하는 유기카보네이트 물질이다. 유기카보네이트 화합물들은 리튬이차전지 핵심 전해질 성분으로 사용된다. 폴리카네이트 고분자 전구체로도 활용된다. 아스피린 원료 살리실산도 이산화탄소를 페놀과 반응시켜 만들어진다.
2000년대 초반 KIST는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카보네이트로 전환하는 고효율 촉매를 개발해 롯데케미칼에 기술이전한 적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 기반 폴리머의 파일럿 제조 연구를 수행했다. 그린폴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이산화탄소 폴리머는 기존 폴리카보네이트 원료이자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를 함유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분해되고 분해 부산물의 독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외에도 국내외 기업들이 이산화탄소의 직접 전환으로 얻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고분자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한다.
이산화탄소는 촉매와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개미산을 제조할 수 있다. 개미산은 특정 조건에서 수소를 발생하는 화합물이라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산화탄소를 변환하면 일산화탄소, 메탄올 등 합성도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외 연구개발 속도에 발맞춰 탄소자원화 전주기 기술개발, 탄소자원화 시범단지 구축, 탄소자원화 생태계 조성 3대 세부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발전용 열원 등으로 사용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다양한 촉매 반응으로 메탄올 등 기초화학 원료와 경유 등 액체연료를 생산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부생가스 전환 상용화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부생가스는 제철소·석유화학공단 등 산업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일산화탄소(CO), 메탄(CH4), 이산화탄소(CO2), 수소(H2) 및 질소(N2) 등으로 구성된다. 이 온실가스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산업·발전 폐기물 등을 활용해 그린시멘트, 폐광산 탄산염 채움재, 친환경 고급용지 등을 생산하는 CO2 광물화 상용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촉매·광·전기·생물 등을 이용해 이산화탄소에서 기초화학 원료, 액체연료, 플라스틱 연료 등을 생산한다. 기술난이도는 높으나 개발 시 파급효과는 매우 큰 차세대 CO2 전환 핵심원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기술 실증 중인 부생가스 전환과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CO2 광물화는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제철소·석유화학단지·시멘트사·폐광산 등 탄소배출과 활용 현지에 실증 시범단지를 조성한다. 광양(제철소), 여수(석유화학) 산업단지의 부생가스를 활용하는 탄소 전환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탄소자원화 전략 허브센터를 지정 운영하고 벤처·중소기업 등 새로운 탄소기업 육성을 위해 R&D·사업화와 실증 시범단지 참여를 지원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 촉진법 제정을 추진한다. 탄소자원화 사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활용 연구에 매진한다. 한국전력연구원과 동서발전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소금물 전기분해산물인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켜 중탄산나트륨, 수소, 염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연간 2500톤 규모의 실증플랜트 구축 과제를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2009년부터 이산화탄소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기술개발을 진행한다. 롯데케미칼도 이산화탄소 기반의 생분해성 고분자 제조관련 기술 상용화 연구를 수행한다. 고분자물질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 소재, 필름, 의료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