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26>한국인의 고정관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정점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인가 보다. 환경 조건과 보유 역량이 맞물려 성공을 만들어 내지만 어느 순간 환경 조건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이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제도와 문화 위에서 단단하게 자리 잡은 관념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함정`에 빠지게 된다. 구조적 대전환기를 맞은 요즘 한국 경제가 경계해야 할 것도 성공함정이다.

예를 들어 산업화 시절부터 `하면 된다` 정신은 성장 동력이었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성과만을 중시하는 결과지상주의 함정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대충 대충의 형식주의와 안일무사가 만들어 내는 비용이 엄청난 수준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자랑스러운 민주화 성공 역시 명분과 이념이 실제보다 앞서고, 대책 없는 대안만을 남발하는 포퓰리즘 함정에 국민이 몸서리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50여년 동안 이룩한 산업화 및 정보화 위업을 넘어 창조화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기 위해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고정관념부터 제거해야 한다.

첫째 제조 대국만이 살 길이라는 태도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미 제조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미래에는 1차, 2차, 3차 산업 구분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서 단순한 제조 강국이 아니라 `제조가 강한` 창의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서비스 산업은 공짜이고 제조업을 지원하는 부수 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미 서비스업은 1700만명 이상이 취업해 일하는 일터다. 반면에 제조업은 450만명 정도를 취업시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이 국가 경쟁력을 핵심으로 견인하고 있다. 민간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가운데 서비스 부문에 투여하는 비중을 보면 영국이 58.1%, 제조 강국 독일이 13.1%인 반면에 한국은 8.5%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 비중도 미국 80%, 독일 68.4%에 비해 한국은 59.3%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수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9%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고정관념을 혁파해야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과학기술과 R&D가 중요하지만 이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옛 소련과 동구권 사례에서 보듯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도 먹거리와 일자리를 못 만들면 국력은 쇠퇴한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상업화 성공률에서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사실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넷째 재벌 대기업이 미래에도 한국 경제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체 일자리의 10% 정도를 기여하는 대기업이 경쟁력을 회복,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다. 현대·기아차 사례를 보더라도 2013년 이후 해외 생산 비중이 국내 생산을 추월했으며,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매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주로 해외에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서 차라리 고용기여도가 대기업에 비해 4, 5배 높은 중소·중견기업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전략적 사고란 한마디로 `안에서 밖을 보는` 우물 안 개구리식 관점에서 `밖에서 안을 보는` 개방적 관점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환경 변화를 제대로 보고 대응할 수 있다. 전략적 사고는 변화하는 외부 여건을 효과적으로 파악, 실용적 대응을 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서 경제구조 대전환기를 맞아 전략적 사고에 기반을 둔 실용주의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전략적 사고에 의한 실용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베트남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베트남 국민이 각 나라에 갖는 호감도 조사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미국이 압도적 1위다. 전쟁을 통해 뼈아픈 고통을 안겨 준 나라를 좋아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실용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실용주의가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국 등 세계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비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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