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주파수 경매]`승자의 저주, 꽃놀이패`의 기로

2016년 주파수 경매 설계는 겉으로 보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가용 대역을 최대한 광대역화해서 공급하기 때문에 주파수 파편화의 우려가 없다. 2013년처럼 복잡한 방식도 아니다. 이동통신사별 60㎒ 폭 내에서(광대역은 1개 이내) 경매에 참여하면 된다. 하지만 2.1㎓ 재할당 대역에 경매대가 연동 이슈가 걸려 있다. 주파수 전문가가 쉽게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나 `꽃놀이패` 이슈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손해를 볼 때, 꽃놀이패의 경우 한쪽은 경쟁에서 져도 큰 영향이 없지만 경쟁사는 큰 피해를 보는 패를 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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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매 대상 주파수

김남 충북대 교수는 2.1㎓에는 분명 중도 포기하는 이통사가 나올 텐데 이 시점에 따라 각사의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2.1㎓ 경매는 재할당 대역 연동이라는 `제동장치`가 걸려 있다. SK텔레콤과 KT는 무작정 가격을 높여 부를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재정 상황을 고려, 경쟁사 반응을 살펴보다가 2.6㎓로 선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경매에 나온 2.1㎓ 20㎒ 폭은 사용기간, 주파수 폭 등을 고려할 때 최저경쟁가격이 다른 대역보다 2~3.5배 높다”면서 “이미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얼마나 더 높아지는지에 따라 이통사가 전략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파 전문가는 LG유플러스가 2.1㎓보다 2.6㎓에서 40㎒ 광대역을 추가로 확보하고 나머지 20㎒까지 따내 총 100㎒ 폭을 통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 100㎒ 폭 확보는 상당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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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주파수 경매 대역별 최저경쟁가격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전체 경매대가는 당연히 지난 2013년 때보다 오르겠지만 경쟁은 치열하거나 미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점쳤다. 한두 이통사가 2.1㎓를 쉽게 포기하면 경매가 의외로 싱겁게 끝나겠지만 반대의 경우 과열이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홍 교수는 “SK텔레콤은 2.1㎓에서 지금 사용하는 대역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갈 텐데 경쟁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경매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매 과열에 의한 승자의 저주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권영선 KAIST 주파수와미래연구센터 센터장은 “경매 대상 주파수는 해당 주파수가 꼭 필요한 사업자가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비용을 내고 가져가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서 승자의 저주 여부는 경매 당시의 대가보다는 낙찰 이후 시간이 지나 활용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