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뷰] 지상파 최후의 토크쇼 ‘라스’‧‘해투’, 어떻게 살아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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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2 '해피투게더3' 공식 홈페이지 캡처

토크쇼는 과거 가장 인기 있는 예능 콘텐츠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토크쇼의 원조 격인 ‘쟈니윤 쇼’를 비롯해 ‘주병진 쇼’, ‘서세원 쇼’, ‘이홍렬 쇼’ 등 코미디언들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들이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는 ‘놀러와’,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 ‘힐링캠프’, ‘승승장구’ 등의 프로그램들이 토크쇼의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이 토크쇼들 가운데 현재 존재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없다.

예능계의 트렌드는 토크쇼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변화했다. 시청자들은 스튜디오에 앉아 말을 주고받는 것 보다 야외에서 게임을 하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더 선호하게 됐다. 반면 토크쇼들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줄줄이 초라한 퇴장을 했다.

현재 지상파 토크쇼 중 살아남은 프로그램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와 KBS2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뿐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토크쇼의 침체기 속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라스’와 ‘해투’는 같은 토크쇼지만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각각 수요일 밤과 목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다. 이 방송들이 어떤 장점들을 앞세워 롱런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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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 와일드 ‘라스’ vs 아기자기 ‘해투’

기존 지상파 토크쇼 가운데 ‘라스’는 독한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있다. 초창기에 비해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MC들은 여전히 묵직한 ‘돌직구’ 질문을 던져 게스트들의 진땀을 빼고 있다.

‘라스’ MC들은 게스트들을 결코 편하게 놔두지 않고, 오히려 디스를 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만의 거친 진행 방식은 ‘라스’가 10년 가까이 수요일 심야 예능 정상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평소 게스트들에게 궁금했었지만 쉽사리 물어볼 수 없던 어려운 질문들을 ‘라스’는 해낸다. 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들과 센스 넘치는 CG효과도 오랜 기간 신선한 재미를 전달한다.

반대로 ‘해투’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라스’가 누군가를 타깃으로 정해 코너로 몰면서 웃음을 자아낸다면 ‘해투’는 게스트들을 칭찬하면서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시청률 부진에 허덕였던 ‘해투’는 여러 번 포맷과 패널을 교체하며, 활로를 찾았다. 최근 배우 엄현경을 고정 패널로 투입함과 동시에 녹화 세트까지 새롭게 바꾸자, 지난 10일 방송한 440회부터 현재까지 6%대 이상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이어오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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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KBS 제공

# 김구라‧윤종신 ‘라스’ vs 유재석‧박명수 ‘해투’

과거 토크쇼들은 게스트의 언변과 예능감에만 웃음을 의존하고 MC는 그저 진행만 매끄럽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요즘 토크쇼에서는 MC들의 비중과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게스트들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하게 하도록 유발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게스트들이 별 활약을 못 보여줄 때 직접 웃음까지 책임질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도 해야 한다.

‘라스’ MC로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김구라와 윤종신은 항상 티격태격하지만 서로 ‘영혼의 단짝’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찰떡궁합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늘 서로를 디스하며,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누군가 공통된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타깃을 집중 공격한다.

‘해투’는 유재석‧박명수 콤비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유재석은 특유의 위트 있는 말솜씨로 안정적인 진행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게스트들을 편하게 해주는 유재석만의 진행 능력이 돋보인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박명수가 웃음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해투’에서 ‘라스’의 김구라처럼 적재적소에 독설을 날리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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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제공

# 참신한 게스트 ‘라스’ vs 다양한 게스트 ‘해투’

토크쇼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스트다. 아무리 MC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게스트들의 활약이 미비하다면 그날 녹화 분은 ‘노잼’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다. 게스트들의 활약을 통해 한 회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제작진들은 게스트 선정에 더욱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

‘라스’는 거의 대부분 한 주제를 정해놓고 게스트의 조합을 결정한다. 특히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을 과감하게 출연 시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라스’는 ‘예능 원석’ 발굴의 장으로도 불린다.

반면 ‘해투’는 톱스타부터 신인까지 섭외하는 게스트들의 폭이 넓다. ‘라스’에 비해 비교적 순한 질문이 오고 가는 만큼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스타들의 출연 빈도도 높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