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뷰] ‘시간이탈자’, ‘시그널’보다 깊어진 ‘판타지&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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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간이탈자'& '시그널' 포스터

tvN ‘시그널’ vs영화‘시간이탈자’

‘시간’이란 매력적인 소재가 응당 ‘시그널’만의 것은 아니지만, 인기리에 방영돼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탈자’의 비교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과 유사한 것은 ‘시간이탈자’에게 유리한 점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시그널’과 소재가 유사하기 때문에 아류작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반면에 ‘시그널’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팬들에게 새로운 타임슬립 영화로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탈자`는1983년 결혼을 앞둔 음악 교사 지환(조정석 분)과2015년 강력계 형사인 건우 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 윤정ㆍ소은(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스릴러 영화다.

곽재용 감독 역시 지난5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시그널’과 소재가 유사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곽 감독은 “이 영화는 2012년 말부터 준비를 해서 2013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영화 개봉 직전에 ‘시그널’이라는 드라마가 히트 쳐서 비교되는 것 같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는 못 봤다. 편집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보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시간이탈자’ 크랭크인은 2014년10월1일, 크랭크업은 2015년2월1일이다.

‘시그널’과 ‘시간이탈자’는 각각20년, 30년 세월을 뛰어넘어 두 남자가 무전기와 꿈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살인 사건 등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기본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벌어졌던 한 사건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연결되어 있어 과거의 사건을 다시 파헤쳐야 한다는 것도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그널’에서는 무전기를 통해 상대방이 말해준 내용만 알 수 있지만, ‘시간이탈자’는 서로 소통을 하기보다 상대방이 본 모든 것을 꿈으로 본 듯 기억한다는 것이다. 매개체가 달라지는 것은 작은 변화일지 몰라도 무전기가 아닌 꿈을 통해 모든 것을 공유한다는 설정은 ‘시간이탈자’ 만의 독특한 과정을 만들어냈다.

두 작품은 3차원의 세계에 시간이란 하나의 축을 더 추가한 4차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시간이탈자’는 설정 하나를 더 추가한다. 1983년의 윤정과2015년의 소은을 한 사람(임수정 분)이 연기했는데, 이 두 여자는 단순히 닮은 인물이 아니라 환생을 한 것으로 설명된다.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판타지에 죽음 이후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 판타지를 버무려 놓았다. 환생한 사람이 전생을 기억하고, 전생의 사람이 환생한 모습을 보는 등 한 단계 더 꼬아놓은 것이다.

결국 전생의 지환ㆍ윤정은 현생의 건우ㆍ소은으로 계속 사랑을 이어나가며, 시간이 흘러도, 심지어 죽음 이후에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렇게 ‘시간이탈자’는 곽재용 감독의 특기인 로맨스적인 부분에 힘을 실어 로맨스릴러를 완성했다.

이주희 기자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