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다람, 열아홉과 스물의 경계에서 부르는 노래

싱어송라이터 다람은 올해 스무 살이 됐다. 음악을 시작하고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그는 열아홉과 스물의 경계에서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노래에 담아냈다. 중국과 벨기에에서 10대의 대부분을 보낸 다람은 최근 한국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환경이 달라지며 자연스레 감정도 변화했다. 이런 감정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가사를 썼고 그에 맞는 곡을 썼다.

“20대가 되고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전에는 10대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갖고 음악을 했기 때문에 그 안에 저를 가둬놨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렇게 진지하게 음악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가사도 그렇고, 곡의 전개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스스로도 표현이 잘 됐다고 느끼고 있어 마음에 듭니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윈터 네버 엔즈(Winter Never Ends)’는 20대가 되면서 느낀 감정들을 사랑 이야기에 빗대 표현한 곡. 특히 겨울이 긴 벨기에에서 10대를 보낸 다람은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겨울을 떠올렸다. 곡에서 등장하는 겨울은 시간적인 배경보다 상처나 외로움을 표현한다. ‘윈터 네버 엔즈’ 중 ‘무덤덤하다 보니 별일 없음이 좋은 게 됐어’라는 가사 스무 살이 썼다기에 조금 놀라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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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예요. 외국 생활을 하며 힘든 일이 많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든 일이 있더라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면 잘 이해하게 할까 해서 일부러 곡에서도 잘 들리게 말했어요.”

담담하게 툭 내던지는 다람의 가사는 꾸밈없이 솔직하다. 그가 10대에 만든 음악이 풋풋했다면, 20대가 되어 발매한 음악에는 새롭게 찾아든 고민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가사뿐만 아니라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도 그의 음악적 성장이 엿보인다.

“타이틀곡과 수록곡 ‘위드아웃(Without)’은 곡 분위기가 상반돼요. 두 곡이 정말 다르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으면 했어요. 염두에 둔 부분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처럼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일까. 두 곡을 듣고 있다 보면 다양한 음악 소스들이 곡 전반적으로 깔려 있고, 이는 가사 전달을 돕는다. 사운드 전반적으로도 스무 살 싱어송라이터가 썼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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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의 싱글 앨범 ‘윈터 네버 엔즈’ 편곡을 한 곰PD는 다람을 두고 멜로디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극찬했다. 대중에게 어필할 좋은 멜로디지만 흔하지 않은 곡으로 다람만의 세계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람이 틀에 갇히지 않고, 홀로 자유롭게 음악을 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6살에 처음으로 첫 싱글을 내면서 아무 것도 몰랐어요. 무작정 SNS를 통해 홍보 했는데 제가 쓴 글이 리트윗되며 곰PD님께서도 보셨나 봐요. 온라인상에서 음악 이야기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거죠. 곰PD님께서 한국에 오면 피처링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편곡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곰PD는 다람이 담아낸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다람의 감성과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더 명확히 표현될 수 있게 도왔다.

“편곡하시면서 제 능력으로 표현하지 못한 사운드를 만들어주셨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대로만 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 하셨고, 사운드적으로 프로스페셜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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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다람은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입시를 준비하던 다람은 도움을 주던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미술이나 음악은 다람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을 채워준 친구 같은 존재였다. 영국 런던에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준비 중 한국행을 결심했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전까지는 제가 예술을 할 거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음악도, 미술도 취미 그 이상이 아니었죠.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그 비중이 늘어난 것 같아요.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변화를 준 선택을 스스로 하게 됐어요. 한국에 놀러 올 때마다 뵙던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을 입시 끝나고 다시 뵙고, 제게 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게 됐어요.”

다람은 이번 앨범 재킷 일러스트를 직접 그렸다. 티저 영상 또한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다.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사, 작곡한 음악을 다시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모든 작업에 참여한 것. 수록곡 ‘위드아웃’이 작업하며 점점 어두워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검정 크레파스로 앨범 재킷 배경을 칠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영락없는 스무 살 소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꿈을 꾸던 그녀는 싱어송라이터가 됐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것들이 실현됐어요. 즉흥적으로 이렇게 왔지만 조금 더 계획하고 연구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요?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방향이 잡혔으니 끝까지 하고 싶어요. 다양한 작업물들을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소개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최종적인 꿈입니다.”

다람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열아홉을 지나 스무 살이 된 그는 처음 마주한 순간들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눈을 감고 그의 음악을 다시 들어본다. 겨울 끝에서 부른 다람의 목소리에서 푸릇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혹독한 그의 겨울 끝자락에도 스무 번째 봄이 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