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공장 수출보다 내수용에 집중...해외생산 맞물려 수출산업 지위 위태

국산차 업체들이 국내 공장을 내수 중심으로 운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수출 통계로 잡히지 않는 해외 현지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대표 수출산업으로서 자동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해외 판매량이 줄면서 국내 공장에서 수출용 생산을 대폭 줄이고 내수용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 판매는 해외 현지에서 대응하고 국내 공장은 내수에 비중을 두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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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로고

지난 1분기 현대차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7.9%가 줄어드는 동안 현대차는 해외 생산량을 4.8%만 줄였으나 국내 생산 수출량은 16.2%를 줄였다. 줄어든 물량 자체로도 국내 생산량이 훨씬 많다. 해외 생산 감소폭은 3만5383대이며 국내 생산 중 수출 감소폭은 4만6142대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해외 판매량이 9.4% 감소한 지난 1분기 동안 해외 생산량은 34만549대에서 32만121대로 6% 줄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은 29만6101대에서 25만6843대로 13.3%나 감소했다. 그 사이 내수는 소폭 늘었다. 현대차 국내 판매량은 1분기 동안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기아차 국내 판매량은 11.9%가 늘었다. 논란이 있는 기아차 멕시코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될 경우 수출용 국내 생산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산차 업체의 내수 중심 전략도 확산 추세다.

르노삼성도 부산공장 운영의 중심을 내수에 두고 있다. 현재 닛산 `로그` 북미 수출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해 연간 8만대를 공급키로 했다. 지난 1분기 로그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어난 1만3350대로 올해 3개월 동안의 누적 수출 물량은 3만6000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로그의 연간 계약 대수인 8만대의 절반 가까운 물량을 단 3개월만에 달성하며 올해 로그 수출 실적 역시 당초 계약 물량을 넘어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르노삼성은 수출 모델을 추가로 확보하기보다는 내수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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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사장은 취임 직전 “르노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 판매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수출 모델 확보보다는 영업 조직에 힘을 실어 내수 물량으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한국지엠도 내수에서 주력으로 판매할 말리부·캡티바 등의 중형차 생산을 통해 네개 공장 가동률을 전반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기계류에 이어 금액기준 수출 3위 산업이다. 산업규모는 대폭 커지고 해외 판매도 늘고 있지만 국내 생산기지를 늘리기보다는 해외 공장 설립으로 큰 방향이 잡혀있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신규 설립된 자동차 조립공장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수출량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올초까지만 해도 자동차 수출액은 1% 정도 늘어난 7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최근에는 1분기 수출이 급감하면서 연간 기준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대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로 결국 수출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부품 수출로 이를 만회해야하지만 현지 국가들이 자국 부품 육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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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출 전망.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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