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보고서 지연...산업활성화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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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전`하고 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 통신방송업계가 일손을 놓았다. 최대 현안에 치여 다수 업무가 뒷전으로 밀렸다. 혁신서비스나 정책이 나오지 못하면서 결국 대국민 통신방송 서비스의 질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일 현재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합병을 위해 인가신청서를 제출한지 업무일 기준 80일을 경과했다. 인가심사 업무일은 토요일을 포함하고, 공휴일과 자료보정기간은 제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0일 규정에 따라 오는 5월 21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공정위가 3월 내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CJ헬로비전 합병 예정일을 당초 `4월 1일`에서 `미정`으로 수정했다.

정부 합병심사는 공정위에서 꽉 막혔다. 합병 인가심사는 `공정위 심사→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미래창조과학부 최종 결정` 순으로 진행된다.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방통위와 미래부는 심사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다. 공정위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미룬 것은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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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지난해 6월 휴대폰 다단계판매의 위법성 조사를 시작했으면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60만원 한도` 규정을 `휴대폰+요금`에도 적용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공정위는 판단 결과에 따라 자칫 다단계판매 자체가 불법이 될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통신방송 산업은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산업을 활성화하고 요금을 내리는 등 중요한 문제가 합병에 치여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 클럽`을 내놓았을 뿐 통신업계가 혁신 서비스를 내놓는 데 실패했다. 합병 찬반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면서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는 것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통신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서비스 혁신을 이뤄야 하지만 시기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사업자 상황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인 이동통신 사업자를 포함해 관련한 장비와 협력업체까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사안에 `올인`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업 등이 모두 후순위로 몰리고 있다. 계획한 주요 투자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통신장비업계도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미래부도 합병에 발목이 잡히면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이용자 편익 강화, 방송산업 체질 개선, 이머징 미디어산업 활성화 등 연초 업무보고 때 밝힌 통신방송 산업활성화 정책을 의욕적으로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파수 경매를 제외하면 주요 업무가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 선정이 또다시 무산된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촉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통위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반환점을 앞두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찬성·반대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산업활성화에 진짜 도움을 주는 해법을 찾아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투자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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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