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중대 키워 알파고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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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 챌린지 매치는 인간 대 기계 또는 인공지능(AI)의 세기 대결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4대 1로 알파고 완승으로 끝났지만 결과를 바라보는 각 계층의 시각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중 3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알파고(高)`가 어디 있는지 찾았고, 네티즌 수사대는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 있는 알파고(Alpha High School)의 위치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세돌은 인간을 대표해 기계와의 전쟁에 나선 투사로 박수를 받았다. 비록 완패했지만 그가 거둔 1승에 대한 의미 또한 크게 부각됐다.

인터뷰 때마다 남긴 인간적 말은 연민의 마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승부와 상관없이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돌 위에 이세돌이 있다`는 말에 걸맞게 광고계 최고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또 한 명의 스타는 알파고를 탄생시킨 영국 천재 데미스 허사비스다. 체스 신동으로, 17세에 게임을 개발했다. 알고리즘을 공부한 소프트웨어(SW) 전문가다.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국 알파고 탄생은 허사비스의 강점인 게임, SW, 뇌 인지과학이 융합된 자연스런 결과로 보인다.

이번 챌린지 매치 도중에 KAIST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도 수백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스티브 잡스 이후 가장 `핫`한 융합형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여론을 보면 AI가 만들어 갈 세상에 대한 예측과 함께 우려도 쏟아졌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AI를 포괄하는 지능정보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장기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민간 차원의 연구소 설립도 구체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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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IT나 시장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국가 또는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고민하는 것이 국가 R&D의 주요 역할이다.

알파고에 의해 촉발된 국민 열풍이 IT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달아오르는 것 같아 염려스럽기도 하다.

AI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SW가 함께 어우러져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분석할지를 포함하는 SW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과 같은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하다.

허사비스의 창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SW 전문가가 동원됐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SW중심사회 선언 이후 SW 중심 사회를 이끌 창의형 인재, 융합 마인드를 지닌 인재 양성을 위해 SW 중심대학(이하 소중대)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8개 대학이 선정돼 SW 전공 인력 확대, 역량 전문화와 함께 SW 마인드 저변 확대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소중대 1진은 이미 발진했다. 올해는 2진이 조만간 6개 대학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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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0여개 대학이 신청했다. 이 가운데 약 24개 대학이 탈락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자란 게 많다. 대학의 변화 노력에 부응하기에는 사업 재원이 모자라고, 알파고를 따라잡기에는 관련 전문 역량이나 인력도 부족하다.

더 많은 소중대를 꾸준히 길러 내 알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이것만이 PC와 인터넷 기술로 어렵게 따라잡은 3차 산업혁명의 앞자리를 차지해서 AI, 로봇, IoT가 이끌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외길이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shlee0813@iit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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