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파고와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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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인간이 만든 지능이다.

이미 딥블루라는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사례가 있다. 체스와 바둑을, 딥블루와 알파고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충격` `의외` `침통` 등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AI 분야 과학자와 공학자는 내심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도 몇 번 실수를 했다고 말한다. 알파고는 아직 완벽하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승리 가능한 수를 압축해 탐색하면서 딥블루보다 훨씬 세련되고 영리한 학습 능력을 보여 줬다. 마치 바둑 전문가 시스템이 훌륭한 추론 엔진으로 기가 막힌 솔루션을 도출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았다. 데이터 스트럭처와 알고리즘 간 환상 결합이 느껴진다.

아마도 영국 출신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길 수 있다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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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알파고는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한 기계학습으로 AI의 진수를 보여 주면서 부분 최적의 합이 전체 최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시현했다. 지도학습에 강화학습을 결합시키고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이용해 다층 인공신경망을 모델링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이 눈에 선하다.

앞으로 신경망 계층을 하나라도 더 추가하거나 유전 알고리즘 등 더 많은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응용한다면 훨씬 경이로운 모습이 될 것이다.

승자는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창업한 허사비스의 능력을 약 4200억원에 산 구글이다. 겨우 100만달러 남짓으로 이세돌의 실전 데이터를 얻은 것도 아주 남는 장사다.

허사비스의 과거와 학위를 보면, 구글의 빅데이터를 향한 관심을 보면 알파고의 첫 대국 승리는 충분히 설명이 된다. 비단 바둑 분야에만 국한될 것은 없다. 이미 알파고는 강화학습으로 칭찬받는 즐거움을 알아 버렸다. 이게 무서운 거다.

1940년대 신경망 개념이 제시된 이후 연구가 벽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오류 역전파 방식 등 발전 과정을 거쳐 이제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의 창의 알고리즘 개발 논문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알파고 능력 역시 더 좋아질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이 설계한 AI와 인간 지능의 대결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미 허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체스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는 점이다. 바둑이라는 도메인에 이미 특별한 감각과 깊은 이해가 있었다. 도메인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영역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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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빅데이터 기반 정책을 수립하고자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정보화 관련 부서에서 이끌어 간다.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는 교통, 관광, 복지 등 매우 다양하지만 정보화 부서 담당자가 모든 도메인 내용을 알 수는 없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교통, 관광, 복지 등 해당 도메인을 잘 알고 있는 담당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프로젝트 초기의 문제 정의 단계에서부터 도메인 담당자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돼야 하고, 자문회의나 각종 보고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조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 객관화하고 스마트한 정책을 수립하려면 이제 지자체도 부서별로 빅데이터 활용을 고민하는 인력을 반드시 한 명은 두어야 한다.

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krhan@gje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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