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 사업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년간 해당 사업에 영상전화기를 공급하던 회사가 올해 사업에 떨어지면서 공들여 보급한 기존 제품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농아인 단체에서는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내부감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에 따르면 `2016년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에서 지난 2년 동안 영상 전화기를 공급했던 회사 `씨토크`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사업은 장애인이 정보화 기기를 통해 일상 업무능력을 키워 취업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소통이 어려운 농아인은 영상 통화기를 이용해 수화로 상대와 통화할 수 있다.
씨토크는 2014년과 2015년 보급 사업자로 선정돼 400대 이상 영상전화기를 농아인과 관련한 단체에 공급했다. 사업을 통해 농아인이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제품 가격 가운데 80%를 정부가 보전해 줘 영상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다.
정보화진흥원은 씨토크가 070영상전화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농아인이 부담해야 할 20% 비용을 깎아준 점을 탈락 이유로 꼽았다. 정보화진흥원 측은 “20%를 무료로 제공할 만큼 영상전화기가 싸다는 것”이라며 “제품 공급 가격을 더 줄일 수 있는데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아인 단체와 씨토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일시 이벤트였던 무료 제공서비스로 사업자 선정에 탈락됐다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농아인에게 혜택이 돌아간 만큼 오히려 차기 사업에도 참여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씨토크 측은 “해당 사업에서는 자격 여건 유무를 결정하고 최종 서비스 선택은 소비자인 농아인의 몫”이라며 “제품 성능을 비교하면 다른 제품보다 씨토크 영상 전화기가 훨씬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씨토크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부터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점 등을 빌미로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면 앞서 2년 전 사업 참여부터 제한을 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서울시특별시협회와 경상남도협회에서는 정보화진흥원에 공문을 보내 재심사를 요청했다. 공문에는 `해당 제품은 영상 통화 성능과 다양한 부가 기능으로 농아인 회원 간 의소 소통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면 수화 통신에 의존하는 농아인에게 다양한 기기 선택권을 부여하도록 해당 제품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했다.
선정된 2개 사업자뿐 아니라 씨토크까지 3개 제품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다. 농아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잘 사용하던 농아인이 많아 제품 추가 구매를 문의했지만 씨토크 제품이 사업 평가에서 떨어져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농아인을 위한 사업이라면 다양한 제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