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통법이 이끌어낸 소비자 중심 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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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휴대폰뿐만 아니라 케이스,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한 액세서리까지 판매하는 이동통신 멀티숍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매장 가운데에는 진열된 상품을 체험해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험형 숍, 상권 특성에 맞춘 맞춤형 숍 등 고객 기

호에 최적화된 진화형 이동통신 매장도 상당수 있다.

실제로 한 이동통신사는 지난해 서울과 대구 중심가에 일반 매장과 달리 별도로 마련된 고객 체험존에서 신규 휴대폰 모델, 홈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다.

청소년 고객이 많은 학교 인근 매장에는 대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페테라스를 만들고 회사 앞 매장은 동선을 최대한 짧게 배치해 바쁜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권특성화 매장도 구축하고 있다.

휴대폰 매장이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변신을 시도한 것은 최근 일이다. 불법 보조금이 관행처럼 여겨지던 2년 전만 해도 공짜폰을 판매한다고 기습 광고한 일부 판매점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온라인 정보에 빠른 일부 소비자들만 특정 매장을 찾아가는 형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자 입장에서 상품가격 외에 다른 가치를 구태여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파격의 보조금 정책이 나왔을 때 이를 휴대폰 정보 사이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손쉽게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 뒀다가 보조금 규모가 줄어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매매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폰테크족’ ‘메뚜기족’도 이때 생겨난 용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현상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예고된 지원금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오늘만 싸게 주는’ 휴대폰 매장을 찾아 전국을 유랑할 필요도, 온라인을 검색할 필요도 없어졌다. 자신의 통화 패턴과 필요 사양을 고려해 적절한 모델과 요금제를 고르면 된다. 중저가 휴대폰 출시가 늘고 평균 휴대폰 교체 주기가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소비자 패턴 변화를 방증한다.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휴대폰 구매 체감가격이 비싸졌다는 불만도 있었다. 직접 구매하진 못했어도 뉴스에 한 번씩 나오던 ‘공짜폰 대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통법이 정착되면서 ‘대란’이 사라진 지금은 시장 예측이 수월해져 갑자기 도산하는 사업자가 줄었음은 물론 출고가 및 지원금의 투명한 공시를 통해 같은 스마트폰을 각기 다른 가격에 구매하는 ‘호갱’도 없어졌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일부 고객이 독식하던 고가의 불법 보조금을 공평하게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계통신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4만5200원으로 2014년 같은 기간 15만1100원보다 3.9% 정도 줄었다. 직전 분기 14만7700원에 비해서도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시장 축소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일부 유통망의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시장 추이로 볼 때 이는 유통구조 재정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과정,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장 축소에 대한 방증으로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판매됐는지에 대해 정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매년 연평균 11%씩 감소하던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량도 2015년에는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판매 폭풍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단통법 효과로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요컨대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보면 단통법이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이동통신 유통망과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규 가입자와 기기변경 가입자 간 역차별 해소나 공정 경쟁 활성화 등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여론 수렴과 다각도 검토를 통해 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이어진다면 정부가 당초 이루고자 한 정책 목표에 더욱 부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kimjk@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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