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에너지신산업 시장 창출을 위한 핵심 아이템으로 키우자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전기차가 실생활과 밀접한 교통수단인데다 아직 시장성 검증이 덜 된 신재생에너지·마이크로그리드·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앞서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신시장 창출 관점에서의 에너지 신산업’ 민관합동 대토론회를 열고 시장 창출 전략을 모색했다. 토론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이차전지 등 에너지신산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희집 산업부 에너지신산업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한국 등 195개국이 반드시 지켜야할 약속으로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국가 별로 적극적인 친환경차 보급정책 등으로 2030년 신차 교체 차량 중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전기차 확대가 에너지신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제주의 전기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형 에너지신산업 수출 모델을 만들자는 의견을 함께 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보급됐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 활용 등 자생적 전력체계 구축은 물론이고 충전인프라 등 다양한 모델 발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대환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올해 말이면 제주에 약 9000대 전기차가 보급돼 세계적으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전기차가 다니게 된다”며 “전기차 보급정책 만큼은 전국 균등하게 할 게 아니라, 제주에 집중한다면 다양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동력을 신재생에너지원에서 끌어오고, ESS를 활용한 충전서비스, V2G(Vehicle to Grid)·H2G(Home to Grid)로 전력재판매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선두 업체인 삼성SDI도 2020년이면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만큼 한국형 수출 모델 발굴에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송호준 삼성SDI 상무는 “지금 추세로 2020년이면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원하는 수준인 ㎾당 100달러가 될 것”이라며 “배터리 주행성능도 향상되지만 내연기관차 동등한 비용으로 전기차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재생에너지나 충전인프라를 활용한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시장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시장 창출을 부추기기 위해서다. 이귀현 산업부 에너지신산업과장은 “올해 상반기 안에 전기차 충전사업자나 한국전력뿐 아니라 전기차나 ESS의 전기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신산업 수출 모델 발굴을 위해서는 해외 환경을 고려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 사업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졌다”며 “우리나라처럼 전력 사정이 좋은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다양한 전력 사정을 고려한 시장 접근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