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그룹 주력 계열사로 입지를 굳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화학산업 강화 전략도 재조명받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하며 대규모 해외 투자와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직접 주도했다. 불황과 맞물리며 신 회장 승부수를 두고 안팎의 우려도 따랐지만 롯데케미칼이 최근 성장궤도에 올라서며 이를 불식시켰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 선전은 신 회장 그룹 리더십에도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호남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도 맡으며 KP케미칼, 타이탄 인수와 더불어 대규모 투자를 이 끌며 화학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단번에 대형 화학기업의 면모를 갖췄지만 강공 일변도 전략에 우려도 따랐다. 2010년 1조5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말레이시아 법인인 타이탄이 인수 1년 만에 260억원의 손실을 냈다.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을 통합해 롯데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출발했지만 2013, 2014년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로 주저앉는 등 단기 성장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하면서 누구보다 즐거워했을 사람은 신 회장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2015년 매출 11조7133억원, 영업이익 1조6111억원, 순이익 99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9.1%, 58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다.
주력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였고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법인(LC Titan)은 영업이익이 968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했다.
롯데쇼핑(8578억원), 롯데제과(1441억원) 영업이익을 크게 뛰어넘으며 그룹내 주력 계열사로서 입지도 다졌다.
롯데케미칼 위상 강화는 곧 신 회장 리더십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현재 롯데그룹 상장사 8곳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신동빈 회장만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롯데케미칼뿐이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 경영 능력을 과시할 확실한 카드이자 기댈 언덕이다.
신 회장은 올해 또 다시 시험 무대에 오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화학사를 품에 안고 범용 제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이 공을 들인 작품이다. 지난해 완공된 우즈베키스탄 에탄 크래커가 올해 본격 가동된다. 내년 상반기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으로 컨덴세이트 스플리터 설비가 완공하고 타이탄은 에틸렌 증설에 나선다. 2018년에는 미국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틸렌 100만톤 규모 에탄크래커 신규 증설을 추진하는 등 업계서 가장 빠르게 원료 체계 다변화를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올해 시황 회복으로 롯데케미칼 실적은 화학업계에서도 화두”라며 “저유가 상황에서 추진한 에탄크래커 투자와 삼성계열사 인수 이후 성과가 신 회장 평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실적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