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58> 신사업 아이템 찾고 싶다면...소비자의 ‘튀는’ 행동을 주목하라

▲오늘의 고민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맡게 된 김 부장. 기업의 운명이 걸린 일인 만큼 각 팀의 핵심 인재들만 모아서 팀을 꾸렸다. 큰돈을 들여서 트렌드 교육을 시키고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오도록 시장 곳곳을 누비게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에 답답하기만 하다. 참신한 신사업 아이템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얀 칩체이스와 사이먼 슈타인하트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방법을 “소비자의 ‘창발성 행위(emergent behaviors)’에 주목해 보라”고 조언한다. 창발성 행위란 사용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인프라나 서비스를 제공자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빵 만드는 데 쓰는 베이킹소다를 주부가 과일 씻는데 사용하는 행동이나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끌고 다니는 할머니 행동이 대표 예다.

창발성 행위는 왜 생기는 것일까. 바로 사용자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요구나 불편한 점을 추가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창발성 행위로 나타난다. 기업이 여기에 주목하면 사용자 불편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선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해 성공을 맛본 회사가 있다.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이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다가 케냐에서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된다. 케냐 사람이 멀리 있는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케냐에는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서 타지에 나가 돈을 버는 가장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부칠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지역마다 몇 개 없는 은행을 찾아 2~3일씩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고, 막상 찾아가더라도 소액은 송금을 안 해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케냐 사람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무선전화 선불카드를 활용한 것이다. 당시 케냐에는 설비비용이 많이 드는 유선전화 대신 무선전화가 널리 보급돼 있었다. 무선전화는 선불카드로 일정 요금을 미리 충전해서 쓰는 방식으로, 동네에 한두 명 정도는 보유하고 있었다. 무선전화 소유자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네 사람을 대상으로 통화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시스템을 송금에 활용하고 있었다. 타지에 있는 가장이 현금으로 무선전화 선불카드를 산다. 고향 ‘전화사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카드에 쓰여 있는 선불요금 충전코드를 전달한다. 사업자는 그 충전 금액에서 얼마의 수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을 가족에게 현금으로 바꿔 준다. 사업자는 이렇게 충전된 전화로 마을 사람들에게 통화서비스를 제공,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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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케냐인의 창발성 행위, 놀랍지 않은가. 보다폰은 여기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2007년 케냐 정부와 손잡고 정식 모바일 송금서비스 ‘엠페사(M-Pesa)’를 내놨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케냐 이동통신사에서 엠페사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한다. 심(SIM)카드를 발급받고 엠페사 서비스에 접속, 상대방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넣고 전송 버튼을 누르면 송금이 된다. 송금 문자를 받은 상대방은 가까운 사파리컴 지점이나 ATM기 등에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 서비스는 은행보다 높은 수수료임에도 서비스 오픈 첫 달 만에 고객 수 20만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조사에서는 케냐 성인 74%가 엠페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은행계좌가 있는 사람이 25%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보다폰은 케냐에서 대성공을 기반으로 엠페사를 들고 탄자니아, 이집트, 모잠비크 등 주변국은 물론 유럽에까지 진출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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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킹오브셰이브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윌 킹은 자신의 창발성 행위에서 창업 힌트를 얻었다. 윌 킹도 처음에는 남들처럼 셰이빙 젤이나 폼을 이용해 면도를 했다. 거품이 얼굴을 가려서 면도 부위가 잘 보이지 않아 긁히고 베이기 일쑤였고, 피부 트러블도 자주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윌 킹은 오일을 묻혀 면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자신의 창발성 행위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세계 최초의 ‘면도용 오일(Shaving Oil)’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윌 킹과 같은 문제로 고통 받고 있던 소비자는 단숨에 면도용 오일에 몰려들었다. 덕분에 킹오브셰이브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 면도용 오일 시장에서 1위를 독보하며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게다가 면도기 분야에서도 질레트를 바짝 추격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신사업 아이템이 절실한가. 그렇다면 보다폰과 킹오브셰이브처럼 사람의 ‘창발성 행위’에 관심을 가져 보자. 당장은 그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으로만 보이는 소비자 행동에서 미래의 대박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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