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LG, 삼성 등 대기업이 일제히 자동차 전장(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별 시장과 고객층이 서로 달라 당분간 국내 기업 간 출혈 경쟁보다는 각자 영토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전장품이 기업의 미래 캐시카우는 물론 앞으로 새로운 먹을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들 움직임에 따라 국내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 관련기사 5면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현대오트론, LG전자, 삼성전자 등이 자사 역량을 전장 분야에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심,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기기 연동, 삼성전자는 통신·자동차와 융합 제품 위주로 각각 조직을 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현대오트론은 전장 조직을 강화하고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로는 처음으로 올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무장한 운전자지원시스템(DAS) 등을 선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각종 첨단 전장기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내년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할 신입사원 절반을 전자·컴퓨터 공학 계열에서 채용했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에 한해 실기 테스트까지 실시하면서 엔지니어를 뽑았다. R&D 조직에서도 전장조직 강화가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본부 내 전장부품개발센터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섀시와 의장부품 개발센터 내 별도의 전장 개발실을 두고 있다. 조향 부문과 제동 부문 모두 설계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장부품개발센터 내에도 안전전자설계팀 등이 있다. 반도체 유통과 용역 등을 주력으로 해 온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설계 1팀과 2팀에서 자율주행·친환경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한 LG전자 VC사업본부는 올해 공격적으로 고객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성장해 온 이 회사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크기와 해상도를 업그레이드해 공급한다. 독일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자동차 업체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스마트홈과 연동을 위해 폭스바겐과 손잡으면서 VC사업본부뿐만 아니라 가전·스마트폰 등에서도 자동차 관련 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전장팀 조직을 꾸린 데 이어 전략제품군을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삼성 스마트카의 시장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선은 융합형 전장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LTE 통신칩을 장착해 자동차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유력 후보군이다. 삼성전자 통신기술은 물론 보안 솔루션까지 총동원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에 앞으로 경쟁하는 부분이 생기겠지만 당분간은 각사 장점을 살리는 데 신경을 씀으로써 시장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결합이라는 큰 추세에 맞춰 시장을 조기 창출해 선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