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대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이 대거 쏟아지면서 국내·외 업체 간 격전이 펼쳐진다. 지난해 소형 SUV가 3배가량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중대형 SUV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2일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16일 출시된 대형 SUV ‘뉴 모하비’는 출시 6일 만에 누적 계약 5000대를 넘어서며 올해 판매목표(1만5000대) 3분의 1을 채웠다. 출시 전 사전계약에서만 4500명이 몰린 결과다.
뉴 모하비는 기아차가 8년 만에 내놓은 페이스리프트(부분분경) 모델이다. 엔진을 유로6 3.0 S2 엔진으로 교체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바꿨다. 외관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국내 유일 대형 SUV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 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렉서스는 지난 17일 중형 SUV ‘RX’ 4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신형 RX는 이전 모델 대비 전장 120㎜, 전폭 10㎜, 전고20㎜, 휠베이스 50㎜를 키워 대형 SUV 못지않은 크기를 갖췄다. 덩치는 커졌지만 연비는 높아졌고 주행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렉서스는 연간 900대를 목표로 세웠지만 수급만 잘되면 1000대 이상 판매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도 SUV 시장 성장이 지속되고, 중대형 SUV가 그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SUV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1% 증가한 51만515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SUV 시장은 소형 모델이 주도했다. 전년 대비 195% 이상 성장한 것. 올해는 중대형 SUV가 대거 출시되는 만큼, 그 성장세가 지난해(22.8%)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디젤 모델을 중심으로 국내·외 브랜드 SUV 시장이 급성장해왔다”며 “지난해 티볼리, QM3, 2008 등 소형 SUV가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모하비, RX, XC90, GLS 등 중대형 모델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올 하반기 9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하는 ‘QM5’ 신모델을 출시한다. QM5는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와 경쟁하는 중형 SUV이다. 르노삼성차는 QM5와 SM6 ‘원투펀치’를 앞세워 내수 3위 탈환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하반기 중형 SUV ‘캡티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다. 캡티바는 2006년 ‘윈스톰’으로 출시된 이후 2011년 페이스리프트를 한차례 거친 차량이다. 이번에는 신차 수준 변화를 줬다고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수입차 업계는 플래그십 SUV를 출시, 국산차와 차별성을 둔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오는 6월 10년 만에 ‘XC90’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XC90은 지난해 사전 계약만 3만대를 넘겼고 출시 7개월 만에 4만621대가 판매됐다. 지난 연말까지 누적 계약은 8만8000대가량으로 집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올 하반기에 플래그십 SUV ‘GLS’와 ‘Q7’을 각각 선보인다. GLS는 S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로 우수한 승차감과 공간성을 동시에 갖췄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Q7은 아우디 신형 MLB 플랫폼을 적용, 중량을 325㎏ 줄였다. 벤틀리는 최고급 SUV ‘벤테이가’를 하반기 국내 시장에 내놓은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SUV는 높은 가격과 제품 가치 때문에 판매 기간이 9~10년에 달하는 만큼 브랜드마다 가치를 높게 둔다”며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브랜드도 SUV를 내놓는 만큼 당분간 SUV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