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가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차량을 올해 7종으로 늘린다. 지난해까지 알루미늄 소재를 차체에 사용한 모델은 ‘2016년형 쏘나타’ 하나 뿐이었다. 알루미늄 차량이 늘어나는 것은 2020년까지 평균 연비 24.3㎞/ℓ를 맞추기 위해 차체 경량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산차 업체는 올해 출시하는 친환경차 6종, 내연기관 차량 1종 등 신차 7종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한다.
알루미늄 적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국지엠이다. 올 상반기 출시하는 신형 말리부,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 ‘볼트(Volt)’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것이다. 신형 말리부는 섀시, 서스펜션 너클, 후드 등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차체 중량을 300파운드(약 136㎏)가량 감량했다. 볼트는 후드, 도어, 테일 게이트, 휀더 등 차량 외판재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 기존 모델보다 45㎏ 감량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시하는 친환경차 중심으로 알루미늄 적용을 시작했다. 올해 초 출시한 하이브리드(HEV) 전용차 ‘아이오닉 HEV’는 후드, 테일 게이트에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해 철 사용 대비 해당 부분 무게를 약 40% 감량했다. 지난 11일 ‘2016 시카고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소형 HEV SUV ‘니로’도 후드, 테일 게이트, 서스펜션 너클, 브레이크 캘리퍼 등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3월 출시하는 아이오닉 전기차(EV)와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니로 PHEV에도 알루미늄을 적용한다. 차체 중량이 주행거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HEV보다 알루미늄 적용 비중이 높아진다. 현대·기아차는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초고장력강판(AHSS),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적용 비중도 늘리고 있다.
알루미늄은 무게가 철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자연적으로 보호산화막이 생성돼 부식 저항성도 높다. 단가가 높아 재규어랜드로버, 롤스로이스,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차량에만 사용됐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2020년까지 연비와 탄소배출량을 규제하기로 나서면서 대중차 업체도 알루미늄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까지 평균연비 24.3㎞/ℓ,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97g/㎞으로 현행보다 각각 43%, 31% 강화된다.
올해 국내 알루미늄 차량 규모는 약 35만대 내외가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과 니로 5차종을 연간 9만대가량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와 볼트를 5만대가량 판매할 방침이다. 수입차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토요타, 닛산, 혼다 등 대부분 업체가 알루미늄을 적용한 차량을 판매 중이다.
세계 최대 차량용 알루미늄 공급업체인 노벨리스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알루미늄 판재 수요는 전체 1%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11%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5년간 중국에서 차량용 알루미늄 판재 수요가 매년 25%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승우 노벨리스 아시아 영업부장은 “글로벌 자동차 환경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짐에 따라 2020년 말까지 자동차용 알루미늄 수요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이 전망된다”며 “자동차용 알루미늄 가격이 아직까지 높은 편이지만 공급이 늘어나는 2020년 이후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