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진단②]틴탑, 1위 트로피를 받고도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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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그룹 틴탑이 신곡 ‘사각지대’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수상했다. 이들은 1위 공약이었던 앙코르 무대에서 어부바를 하고 노래와 안무를 하는 등 기쁨을 드러냈다. 하지만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하기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1월 2주차까지 비수기였던 가요계는 지난해부터 음원차트를 장악한 `응답하라 1988` OST와 수지 백현의 듀엣곡 `드림`으로 활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18일 틴탑이 신곡의 부재 속 틈새 시장을 이용해 컴백했지만, 신곡 `사각지대`처럼 음원차트 사각지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앨범 발매 당일 ‘사각지대’는 (오전 11시 30분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 40위, 벅스 뮤직 36위, 네이버 뮤직 30위, 엠넷 14위, 올레뮤직 17위, 소리바다 28위, 지니 48위에 머물렀다. 멤버들이 직접 작업했다던 나머지 수록곡들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틴탑의 소속사 티오피 미디어는 공식 팬클럽을 통해 멤버들의 미공개 사진을 상품으로 내걸고 음원사이트 멜론 스트리밍 총공 이벤트 수차례 펼쳤지만, 이 또한 수포로 돌아갔다.

1월 31일 기준 틴탑은 가온차트 디지털 주간 차트(1월 4주차 1/17~24일까지)에서 47위에 랭크되며 7년차 가수 틴탑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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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체면을 세워준 건 다름 아닌 틴탑의 팬들이었다. 틴탑은 ‘레드 포인트’앨범을 URBAN/CHIC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하며 음반 판매량을 높였다. 31일 기준 틴탑은 CHIC 버전 38,577장, URBAN 38,553장 총 7만 7천여 장(한터차트 월간차트 기준)을 판매 했다. 두 앨범의 비슷한 판매량은 팬들이 두 앨범을 동시에 구매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티오피 미디어는 발매 초기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사인회를 연달아 개최하며 판매량을 높였다.

틴탑은 이에 힘입어 지난 29일 KBS2 ‘뮤직뱅크’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뮤직뱅크’K-차트 집계 방식은 디지털 음원 65%, 음반판매 5%, 방송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조사 10%로 이날 틴탑은 음원차트 339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0점, 방송점수 1731점, 음반점수 5058점 총 7128점(1월 17~24일 집계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오로지 음반 판매량만으로 거머쥔 성과다.

하지만 다음날 31일 SBS ‘인기가요’에서 틴탑은 1위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인기가요’ 집계 방식은 음원점수 50%, SNS 점수 35%, 시청자 사전투표 점수 5%, 앨범점수 5%로 틴탑이 취약한 음원차트 성적 비율이 ‘뮤직뱅크’에 비해 15%나 적지만, 앨범 점수 5%로 나머지 유튜브 조회수로 집계하는 SNS 점수와 멜론 사전투표로 진행되는 시청자 사전투표 점수를 뒤엎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틴탑의 대중성의 척도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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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틴탑은 데뷔 7년차에도 불구 대중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는 신곡 발매를 앞둔 소속사의 적절치 못한 홍보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가요계 비수기는 발매되는 신곡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황금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티오피 미디어는 이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틴탑의 앨범은 매번 평균 이상의 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틴탑의 곡과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으로 충족 시켜주고 있으며, 고난이도의 안무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탑클래스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틴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동곡 대부분 빛을 보지 못했고, 아쉬운 성적표만 남겼다. A++의 완성도라 자신했던 ‘사각지대’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면, 지난해 7월 ‘아침부터 아침까지’ 활동에서 보여준 안타까운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다. 당시 티오피 미디어의 형편없는 마케팅은 당시에도 틴탑의 매력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이대로 간다면 그 끝은 낭떠러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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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곡을 대중적으로 이끄는 것은 팬들의 몫이 아닌 소속사의 몫이다. 많은 이들에게 틴탑의 음악을 알리고, 이들의 퍼포먼스를 노출시켜야만 대중적인 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틴탑의 팬들은 여전히 음반 판매량으로 굳건한 팬덤을 과시하며, 순전히 그들의 힘으로 틴탑의 가슴에 1위 트로피를 안겼다. 틴탑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업어주고, 노래를 부르며 1위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씁쓸하게만 느껴졌던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들의 바람대로 `사각지대` 활동이 마무리 된 후, A++ 성적표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KBS2 `개그콘서트`에 나와 인지도 굴욕을 셀프 디스하는 웃픈 모습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현이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