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재송신료(CPS) 갈등은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대가까지 확대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5일 가까스로 지상파TV와 케이블TV를 중재했다. 지상파는 이달 말까지 VoD 공급재개를, 케이블은 실시간 광고를 끊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15일이 연장된 셈이다.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 다음 달 똑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통위와 미래부, VoD와 광고가 방송에 속하는지 고민해야
논란 핵심은 VoD가 방송에 속하는지였다. 케이블 측이 방통위를 찾았을 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VoD가 방송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방통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법에는 VoD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넓게 해석하면 VoD를 방송으로 볼 수도 있다. VoD를 방송으로 보는 측은 방송법상 유료방송 정의에 VoD가 속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법 2조 20항에 따르면 유료방송은 시청자와 계약에 의해 수 개 채널단위, 채널별 또는 방송프로그램별로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방송을 말한다.
VoD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방통위와 미래부가 VoD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뒤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직 양 부처는 VoD 방송 여부를 놓고 공식 회의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 2014년 VoD 매출액은 전년보다 31% 증가한 5674억원을 기록했다.
광고 또한 방송으로 볼 수 있을지 양부처 의견이 분분하다. 방송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송광고 중단 예고 당시 케이블TV는 방송광고는 방송 프로그램 편성물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광고 송출 중단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케이블TV 측은 방송법 제73조 방송광고와 프로그램을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규정해 광고와 프로그램을 구별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방송법 제2조 방송편성 단위가 되는 방송내용물은 방송프로그램에 한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방송광고를 송출하지 않아도 방송프로그램이나 방송편성에 변경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상파TV는 광고도 방송이라는 입장이다. 방송법 제2조는 방송편성을 ‘방송되는 사항의 종류·내용·분량·시각·배열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제2조 21호에서는 방송광고를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 내용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방송광고는 방송내용물 가운데 하나로 편성 대상으로 본다고 해석한다. 지상파 광고를 케이블이 무단 삭제할 때 방송법 제4조 2항(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위반이라고 해석해 방송광고 중단이 불법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VoD나 광고 모두 방송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방송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다음 달 지상파와 케이블 갈등이 다시 커져서 시청자가 피해를 입기 전에 VoD, 광고 등 모호한 부분에 방통위와 미래부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재송신료 궁극적 해결책은
전문가들은 재송신료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부터 사업자 간 자율 협상에 맡겼지만 해결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상호협정 기간, 협의 주체, 사업자간 분쟁 시 정부 개입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성진 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정부가 일정한 룰을 만들었다”며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협상에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법원으로 달려가는 일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또 “담합금지, 협상 기간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정부가 사업자 갈등으로 시청자 이익 침해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근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유료방송 가격 정상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진 교수는 유료방송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너무 적어 콘텐츠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가격은 10년 전과 같아 사실상 방송 사업으로 콘텐츠 쪽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유료방송 가격을 정상화해야 콘텐츠 분야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가 유료방송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60~70달러(약 7만~8만원)대지만 우리나라 유료방송 ARPU는 10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지상파 재송신 분쟁으로 인한 피해 사례(자료:업계 종합)>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