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완성차 업체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 부족으로 내수 시장에서 고전할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는 디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SUV 신모델을 대거 투입, 두 자릿수 성장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의 기저 효과로 국산차 점유율 80%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 5개 업체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158만대 가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와 전문가에서 예측한 수치보다 11만대 많은 규모다.
올해 가장 큰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곳은 르노삼성자동차다. 지난해 8만17대를 판매하며 내수 최하위를 한 르노삼성차는 올해 25% 성장한 10만대를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장동력은 오는 3월 출시하는 ‘SM6(탈리스만)’로, 올해만 5만대 이상 판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도 올해 10% 이상 성장해 내수 1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 목표다.
반면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3% 감소한 69만3000대,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0.5% 하락한 52만5000대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신형 K7, 아이오닉, 니로, 제네시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등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지만 △경기 침체 △SUV 신차 부족 △주력모델 신차 부족을 이유로 양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산 승용차 내수 점유율은 84.5%로, 사상 최저치다.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1.4% 포인트 감소한 63.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아반떼, K5, 올뉴 투싼, 올뉴 스포티지 등 볼륨 모델을 대거 출시했음에도 수입차 성장을 막지 못한 결과다. 수입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24만3900대를 판매하며 내수 점유율 15.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내수 성장을 이끌었던 SUV 신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산차 신차는 대부분 세단이고, 볼륨 SUV 모델은 ‘신형 QM5’ 하나에 불과하다. 반면 수입차는 폭스바겐 티구안, 벤츠 GLC, 볼보 XC90, 렉서스 RX 등 다양한 SUV 신차가 대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SUV 판매 비중은 전체 37%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도 올해 기저효과가 나타나 내수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신차 대기수요가 지난해 대거 소진됐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약 10만대로 집계했다.
박홍재 KARI 소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와 SUV 신차 부족은 국산차 업계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올해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부동산 주택가격도 불안해지는 등 경제 환경이 안좋아지면서 국산차 내수 규모는 지난해보다 3.1%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내수 시장을 국산차 147만대, 수입차 28만대 등 총 175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8%가량 감소한 규모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하면 약 150만대다. 국산차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81.3%, 수입차는 3.2% 포인트 증가한 18.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SUV 신차가 부족한 국산차가 부진한 틈을 타 두 자릿수 성장을 하게 되면 수입차 역사상 처음으로 20% 점유율을 기대한다”며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 강화를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분 만큼 추가 할인을 진행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각사 및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