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이 데이터를 만나 고객 만족을 얻었다. 제품 가치 상승과 판매 확대라는 효과도 따라왔다. 소비자 사용패턴과 성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제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으로 판매 효과를 높였다.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도 데이터가 큰 역할을 한다. 공기청정기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공기질을 진단하고, 정수기가 필터 교체시기를 알려준다.
실제로 지난해 히트한 삼성전자 액티브워시와 애드워시 세탁기는 모두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코웨이는 IoT와 빅데이터 분석 기능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여 첫 참가하는 ‘CES 2016’에서 8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소비자 데이터 더해 고객만족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제품 개발 전부터 고객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한다. 전 세계 소비자 기호를 지역별, 연령별로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니 판매확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애벌빨래 기능을 더해 지난해 인기를 끈 세탁기 ‘액티브워시’는 인도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 특화된 세탁기를 개발하기 위해 인도법인 프로젝트이노베이션팀(PIT) 직원이 실제 가정을 방문해 매일 10시간씩 2주간 관찰했다. 소비자 행동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인도에서는 세탁기에 옷을 넣기 전 애벌빨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 결과 보다 편리하게 애벌빨래할 수 있는 빨래판을 세탁기에 설치했다.
결과는 대성공. 액티브워시는 지난해 10월 출시 9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판매한 삼성전자 세탁기 중 가장 빠른 판매 실적으로, 분당 2대씩 하루 3500대 이상 팔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세계 최초로 세탁 중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애드윈도’를 설치한 ‘애드워시’ 세탁기를 출시했다. 애드워시는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홈즈팀’이 참여해 함께 개발했다. 홈즈팀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전 개발을 목표로 사람의 행동방식을 연구한다. 세탁 도중 세탁물 추가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수많은 관찰 데이터를 통해 확보했다. 이런 데이터 수집과 분석활동은 스마트한 가전을 만드는 핵심이다.
세탁기뿐만 아니라 TV,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도 데이터 활용이 늘고 있다. 국가별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TV크기나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분석하고,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케팅도 빅데이터와 만나 한 단계 진화했다.
LG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올레드 TV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구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마케팅 활동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아니라 올레드 TV에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에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화질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올레드 TV 화질 장점을 강조하고, 구매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강조한다.
LG전자는 신한카드와도 빅데이터 마케팅을 위해 손잡았다. LG전자는 신한카드가 빅데이터 분석으로 도출한 소비자군 분류체계 ‘코드나인(Code9)’을 적용해 마케팅 성공률을 5배 이상 높였다.
◇IoT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
가전제품 데이터가 고객만족을 위한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IoT 기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코웨이는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에 사물인터넷을 연계한 ‘IoCare’ 제품군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듀얼파워 공기청정기 IoCare는 1년 동안 대한민국 가정 1300여 곳에서 수집한 실내공기질 데이터 약 30억개를 분석해 만들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가정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 행동 가이드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코웨이는 새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6’에 처음으로 참가해 IoCare 제품군을 출품하는데, 미국가전협회(CEA)로부터 혁신상을 8개나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동현 코웨이 대표는 “핵심 경쟁력인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실내공기질 빅데이터를 집대성해 도입한 혁신적인 에어 케어 서비스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며 “향후 공기청정기, 정수기뿐 아니라 비데, 매트리스 등에도 빅데이터와 전문 연구 역량을 접목한 지능형 서비스 플랫폼 기반의 수준 높은 고객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