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단 선 인디개발자 "한국서 독립게임 만든다는 것은..."

“저는 인디게임 개발자가 아닙니다. 인디, 게임개발자입니다”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가 최근 서울대학교 강단에 섰다. 김 대표는 올해 ‘룸즈:불가능한 퍼즐(룸즈, Rooms:Unsolvable Puzzle)’로 게임대상에서 2관왕(우수상, 인디게임상)을 거머쥐었다.

김 대표는 “수상 이후 스팀(룸즈를 출시한 플랫폼)에 들어가 판매량을 봤는데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싶었다”며 학생들 앞에서 멋쩍게 웃었다.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인디게임을 만들지도 만들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인디게임이라는 명칭이 특정 장르나 스타일을 갖춘 게임, 또는 저자본이나 소규모 인원으로 개발한 게임을 지칭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그는 “인디는 독립적이라는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라며 “인디게임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이 독립적이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꾸준히 독립적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대부분 과정을 혼자 해결했다. 학부(성균관대 영상학과)시절에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미국에서 보냈던 대학원(USC Interactive Media Division) 과정 중 규모를 갖춘 회사와 협업했다. 게임을 출시했지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유료 아이템을 넣는 과정에서 게임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바로 독립정신과 이어진다”며 “마땅한 메시지와 이유가 없는 ‘인디게임’은 껍데기만 독립으로 포장 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자 의도가 게임에 녹아 있고 이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디게임으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게임이 매체로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비슷한 게임도 많을 뿐더러 대다수 상업게임이 매출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몇몇 뜻을 같이 한 사람들과 ‘OOI(아웃오브인덱스)’라는 글로벌 인디게임행사를 시작했다. 올해 22개국에서 107개 게임이 접수했다. 선정작으로 뽑힌 14개 게임 중 단 하나만 한국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열린 페스티벌이라 한국 출품작이 50% 정도 되는데 선정작이 단 1개라는 건 우리나라 게임생태계에 실험정신 부족을 보여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게임이 예술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험적 시도가 새로운 사조가 되는 현상은 게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산업으로서 게임은 급성장한 반면, 외국처럼 예술과 상업적 성공을 모두 잡는 사례가 드물다”며 “이 현상이 반복되면 질적 성장과 다양성 확보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의 말미에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만들 것 △매 작품마다 만족하는 창조성을 추구할 것 △꿈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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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가 27일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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