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한다. ‘될 만한 사업’에 집중하고 경쟁력이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서비스는 과감히 접는다. 다음과 합병으로 조직이 커지면서 느려진 의사결정 속도가 초기 벤처 시절로 돌아온 모양새다. 모바일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2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6개 서비스를 종료한다. 출시 1년 미만인 서비스도 이용자 확보 등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즉시 철수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모바일 스팸 차단 등 통합 전화 앱 ‘카카오 헬로’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출시한 지 3개월 만이다. 지난 10월에는 10~20대를 대상으로 출시한 사진중심 메신저 ‘쨉’을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종료했다.
‘온디맨드’ 전략에 따라 O2O 사업 진출은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들어 신규 O2O 사업 모델을 3개나 발표했다. 지난 3일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택시 블랙’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5일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내년 상반기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 10일에는 제주도 감귤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판매하는 ‘카카오 파머 제주’도 시작했다.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 1~2년 동안 분기마다 새로운 O2O 서비스를 1~2개씩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최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벤처 정신’이 강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IT산업 중심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의사결정 속도와 창의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다음과 합병 뒤 빠른 의사결정, 과감한 사업 진출 등 벤처 시절 강점이 무뎌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네이버가 의사결정 단계를 2단계로 줄이고 분사 전략을 적극 추진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강유경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파트장은 “다른 IT기업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시대에 변화나 혁신이 없으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은 카카오 내부에 늘 존재했다”며 “사업 개편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훈 대표 취임 뒤 가속이 붙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30대 젊은 대표를 내세운 것을 두고 모바일 시대에 맞는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위한 조치로 분석한다. 임 대표는 결정이 내려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돌적 성격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 체제에서 신설된 최고정책결정자 집단 ‘CXO 체제’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CEO 한 사람이 모든 팀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려 시간이 걸렸다. CXO 체제에서는 의사결정 일부를 나눠 빠르게 처리한다. 한 회의실에 모여 실시간으로 의논하고 결정해 과거보다 의견청취나 의사결정에 따른 시간 소모가 줄었다. 임 대표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직원 요구에 따라 사업 방향성과 속도감을 불어 넣는 CXO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빠른 사업 전환에 따른 진통도 존재한다. 다음클라우드 등 오래된 서비스는 종료에 따른 기존 이용자 불만이 제기된다. 반대로 1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한 경우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종료 서비스에 근무한 인력 불만도 제기된다. 강 파트장은 “사업 철수를 하면 기존 담당 인력은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된다. 사업영역이 넓다보니 인력은 늘 부족해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며 “사업 철수에 따른 직원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