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재산 시대다.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성장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구글은 우수한 기술과 시스템을 수많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면서 6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미국 500대 상장 기업 시장가치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30% 수준에서 최근 84%로 확대됐다는 특허기업 오션 토모 조사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대형 M&A에서도 토지나 기계, 공장 등과 같은 실물 자산보다 특허, 상표 등 무형 자산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해 인수 금액이 결정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제 활동 결과물은 지식재산권으로 귀결되고 이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경제활동을 추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에 기반을 둔,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인적 자원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주목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부와 연구계, 기업을 중심으로 지식재산 분야 육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고 그 성과 역시 적지 않다. 2013년 기준 GDP 대비 지재권 출원 건수는 OECD 국가 중 이스라엘과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단순 특허 출원 건수, 인구 100만명당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글로벌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지식재산 강국’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통신·컨설팅 그룹인 톰슨로이터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결과는 이 같은 성과의 이면을 보여준다. IP 경쟁력을 기준으로 올해 100대 혁신기업에 선정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LS산전 3개사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기업이 선정된 일본이 40개사였고, 그 뒤를 미국(35), 프랑스(10)가 이었다. 특히 일본은 혁신기업이 발표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선정된 기업이 무려 15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린 3개사뿐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양적 성과는 물론이고, 기술 혁신성과 사업 성과로의 연계, 특허 보호, 재투자 효과 등 질적 성과가 IP 실질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출원 특허 가운데 휴면특허가 70%가 넘고, 최근 5년간 중소기업 지식재산 무역거래는 대기업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가 R&D 핵심 수행주체인 출연연구기관 보유 특허 중 70%가 현장에서 외면 받는, 이른바 ‘장롱 특허’이며, 민간 기업에 이전된 공공 R&D 역시 상용화 비율이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IP 경쟁력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더딘 주원인은 ‘연구를 위한 연구’ ‘실패하지 않는 연구’를 선호해온 탓이다. 도전적인 연구는 사전에 회피되고 연구성공률과 특허 개수에 집착해온 결과다. 특허나 신기술은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때 그 존재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안정적인 양적 성과에 매몰돼 기술 사업화와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구를 찾기 어렵다. 연구개발 토대는 ‘시장에 대한 이해’며, 진행 과정 모든 단계에서 ‘기술 사업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연구활동이 시장과 멀어질수록 IP 실질 경쟁력은 줄어들게 된다. 시장은 기술에 의해 형성되며, 기술시장은 지식재산 창출과 거래로 만들어진다. 데이브 브라운 톰슨로이터 IP&사이언스 수석 부사장이 100대 혁신기업을 발표하면서 남긴 발언은 성장동력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에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을 위해서는 위대한 아이디어 이상의 것이 필요하며, 진정한 혁신 발현은 지식재산권을 행사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노력에 비롯된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LS산전 회장) jakyun.koo@l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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