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한민국 부품산업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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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5월 평택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15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경제 부진 속에서도 매분기 눈부신 성과를 발표한다. 눈부신 성과 뒤에는 그늘이 있다. 벌어들이는 돈 절반은 외국으로 나간다. 반도체 설비는 일본과 미국 제품이 대부분이다. 휴대폰은 중요 부품이 대부분 외산이다. 대한민국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부품산업 시장은 몇 십년 동안 한 가지 부품에만 집중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 기술 발전에 따라 세계 전자기기가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역사가 곧 기술 역사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전자제품이 얇아지고 가벼워지면서 부품도 작아진다. 부품에 따라서 머리카락 굵기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대한민국 부품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스마트하게 활용해야 한다. 화학 전공자 신입사원을 물류나 영업에 배치해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애덤 스미스와 박제가가 언급한 대로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관리자는 성향에 맞게 업무 배치를 하면 된다. 일하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고, 회사에서 얻는 총생산량은 늘어난다. 그런데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개개인 능력과 무관한 업무에 배치한다. 그리고 부서에 머릿수가 많으니 성과를 내라는 식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성과가 날 리가 없다.

둘째, 시간을 가지고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해외 원천기술 보유 기업에 로열티를 낸다. 원천기술이란 다른 기술의 바탕이 되는 기술이다. 퀄컴 통신기술이 있기 때문에 휴대폰 통화가 가능하다. 휴대폰을 비싸게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원천기술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장점인 ‘빨리빨리’가 단점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2015년 노벨 의학 생리학상 수상자 오무라 사토시는 토양미생물이 생산하는 천연 유기화합물을 45년 동안 연구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반도체 기술도 인재가 없다. 2~3년 안에 나오는 기술이 아닌데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래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이 없으니 지원하는 인재가 적다. 밥을 짓고 뜸이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듯이 꾸준히 기다려 주어야만 ‘기술의 달인’이 탄생할 수 있다.

셋째, ‘스타급 장인’을 키워내고 이들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창조경제에는 ‘아는 것이 돈’인 시대다. 기업은 IT로써 모으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람 뇌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머릿속에 알고 있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도 있다. 각 분야 노하우와 경험을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빌려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돌이 아니어도 순위권을 유지하는 슈퍼스타K 가수들을 보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대중이 다양한 음악 장르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은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슈퍼스타K는 회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된 참가자가 출연한다. 지식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부품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재주는 한국기업이 부리고 돈은 외국 업체가 가져가는 꼴이다. 일본은 수만개 부품업계 원천기술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자금력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원천기술 특허 등록 건수를 매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 기술은 개발했지만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기술은 많지 않다. 최근 서울대 공대에서 내놓은 ‘축적의 시간’이란 책에서는 ‘기술과 노하우가 꾸준히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지런히 실력을 키우고 기업 내에서 공유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 대한민국 부품 산업 갈 길이 멀다.

오동헌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dh722.oh@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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