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란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세계적 물결이다. 그럼에도 ‘때 이른’ 성과 평가에 관심이 높다. 차기 정부 이후 지속적 추진 여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현재까지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를 보자. 먼저 긍정적 측면이다.
첫째,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추진 실적 중 가장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 3만개 시대를 열 정도로 ‘반전’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엔젤투자소득공제, 교수 및 연구원 유·겸직 기간 연장 등이 창업활성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투자 중심 자금지원 확대와 스톡옵션제도 개선 등을 통해 벤처기업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코넥스 시장 개설과 인수합병(M&A) 절차 간소화 등 회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연대보증 면제 범위 확대 등을 통해 회수와 재도전을 강화함으로써 창조경제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둘째,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고 담당 대기업 역량을 동원해 지역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는 한편,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통해 누구나 아이디어 사업화에 나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보육기업 수가 늘어나고 투자유치 성과를 일정 부분 거두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추진 성과를 정리해 혹자는 ‘한국형 창조경제’라고도 한다. 즉 대기업 효율/마케팅 역량과 창업·중소기업 혁신을 결합한 독자적 창조경제 모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현 정책이 ‘창조경제’라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미래 흐름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국민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기대만큼이나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첫째, 정부주도 창업 지원 정책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창조경제 개념 자체를 너무 협소하게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이 창조경제를 2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창업 및 벤처육성 정책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국민 체감도와 참여가 기대에 못 미친다. 과학기술과 창업 중심 창조경제가 갖는 한계다. 문화 없는 창조경제란 확산에 한계를 가짐으로써 보통 사람의 창의력과 열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셋째, 예상되는 미래 변화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으로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현재 창조경제 정책은 모바일 기술혁명과 중국경제 굴기에 맞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과학기술 육성과 IT 융합만으로 급속한 제조업 쇠퇴를 부르고 있는 중국의 대약진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서 세상을 주도할 만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원래 창조경제란 개인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부가가치 창출 핵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꿈과 희망으로 충전된 보통 사람이 사회적 부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부분 선진국 창조경제는 생산과 유통에서 창의성이 핵심이 되는 창조 산업 또는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부터 출발했다.
창조경제 발전에는 두 축이 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과학기술 축이요, 다른 하나는 유럽 낙후지역을 창조도시로 재생시키고 뉴욕, 런던 등과 같은 문화관광 도시를 활성화하는 문화심미 축이다. 이 두 축은 하나로 융합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최근 들어 기술창업 콘테스트와 문화 페스티벌을 동시에 개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창의적 젊은이를 열광시키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절박한 경제 상황에서 창조경제 공과를 따지려는 탁상공론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폭넓게 활용하고 그 핵심 주체인 일반 국민을 열광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예상되는 미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지혜와 용기가 중요하다.
일본 규슈 오이타 현에 위치한 유후인(由布院)은 아주 작고 흔한 온천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한 창조경제(?) 덕분에 아기자기한 동화마을을 연상시키는 거리가 탄생하고 여기에 깨끗한 료칸과 어우러져 일본 여성뿐만 아니라 세계 관광객이 사랑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창조경제란 이렇게도 이뤄지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우리가 연구해 보아야 할 대상은 많다. 대한민국은 다행히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과학기술과 문화심미 두 축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균형 있게 잘 발달되어 있다. 이 두 축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진정한 한국형 창조경제를 이뤄낼 것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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