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한 원무과 직원이 찾아와 포스트잇에 접수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적는다. 오전에 간호사가 포스트잇에 병실 간호 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적는다. 오후 진료를 마친 의사가 병원을 방문한 외래 환자 동선 아이디어를 적는다. 서울의료원 본관에 마련된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내부 하루 풍경이다.
서울시 대표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 의료진과 직원이 고품격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나섰다. 의료진과 직원 모두 업무 속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찾아, 개선 아이디어를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내 설치된 포스트잇 벽면에 쓴다. 구성원 스스로 제기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병원 내부 관계자와 전문가가 모여 개선방안을 찾고 실행한다. 스스로 서비스를 혁신하는 사례다.
서울의료원은 올해 신내동 신병원으로 이사한 지 5년을 맞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병원 체제를 정비했다. 병원 진료와 서비스는 안정화됐고 환자 수는 급증했다. 문제가 생겼다. 한정된 인력과 공간으로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환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하나는 공공의료기관 서비스는 낙후됐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막연한 인식이다.
업무 효율화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제공이 필요했다. 김현정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장은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적용해 환자가 좋아하는 접점을 만들기 위해 지난 4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출범 초기부터 복병을 만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다. 심각한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당시 센터는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고 체계적 응급 진료 체계를 만들었다. 환자 서비스도 고려했다. 김 센터장은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 대상으로 열을 재야했다”며 “정상적인 사람에게 건강하다는 스티커를 붙여주자 두 번 이상 열을 잴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환자 불만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센터는 접수 창구 앞 벤치 구조를 변화해 이동 통로를 확보하는 등 간단한 아이디어로 서비스 혁신을 거듭했다. 실내 공간과 안내 동영상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낙후됐다는 이미지 대신 방문자가 대접 받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센터는 메르스 사태 때 문제가 된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별도 방문 공간을 만든다. 팽한솔 센터 팀장은 “식사나 놀이, 대화 등 병문안 행위를 병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설문조사를 실시, 최적화된 공간을 만든다”고 전했다.
서울의료원 서비스 디자인 혁신 핵심은 구성원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직원 모두가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피부과 의사인 김 센터장은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사례가 서울시 산하 병원은 물론, 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대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