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은 지구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악의적 범죄다. 클린 디젤 열풍을 이끌었던 대표기업이 저지른 일이라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 신뢰에 금이 가버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폭스바겐 스캔들로 클린 디젤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는 성급하다. 폭스바겐이 디젤 승용차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 모든 디젤 승용차가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되지도 않았다.휘발유·디젤 자동차를 대체할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가 시급한 시대적 당위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화석연료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지구적 대의명분을 무시할 수 없다. 국제 정세에 따라 널뛰듯 출렁거리는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시달리는 소비자 입장과 나날이 악화되는 대도시 대기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아직 개발 중인 전기차와 수소자동차가 고작이다. 최근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미국 벤처기업 테슬라가 2012년에 내놓은 모델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구글과 애플도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럽도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연구개발과 실용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전기·수소자동차의 실용화에 필요한 기술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 수소와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우주의 75%가 수소라는 광고는 황당한 것이다. 지구 사정은 전혀 다르다. 지구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철·산소·규소 등에 이어 열 여섯 번째고, 그나마도 대부분 물과 탄화수소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물이나 메탄(천연가스)을 분해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전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전기의 70%가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원자력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고, 신재생 에너지도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IT를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 쉬운 일도 아니고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거나 착각을 하는 것도 안 된다.
‘남이 장에 간다고 빈 지게라도 지고 따라가야 한다’는 구시대의 추격형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남의 작은 성공에 들떠서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아직 온전하게 태어나지도 않은 친환경 전기·수소자동차 때문에 멀쩡하게 운행 중인 클린 디젤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이유다.
폭스바겐 범죄 행위가 클린 디젤을 포기해야 할 핑계는 아니다. 유로6 배출기준을 충족하는 클린 디젤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2010년에 폭스바겐 문제를 인지했으면서도 우리 소비자를 지켜주지 못했던 정부의 뼈아픈 반성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클린 디젤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핵심 기간산업으로 성장한 정유업 때문이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가 휘발유·경유·항공유 생산량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세계 6위의 정유산업 대국으로 성장했다. 클린 디젤 연료인 경유의 세계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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