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이 성장 정체에 이르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세컨드’ 콘셉트 제품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크기를 줄인 소형 가전이나 용도를 특화한 제품 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찾으려는 접근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은 국내외에서 더 이상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다. 가정과 수요처는 필수 가전을 대부분 구비했다. 제품 내구성이 개선되면서 사용 연한까지 길어졌다. 현재 가전시장은 이사나 결혼 혼수, 신규 건축물과 제품 교체 수요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전 제조사와 대형 유통업체는 새로운 틈새로 ‘세컨드 가전’에 주목한다. 새 시장을 만들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가구당 하나가 아닌 2·3개의 제품을 소비하게 하는 전략이다. 시장 창출에는 삼성·LG 등 제조사는 물론이고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같은 대형 가전전문유통사도 관심이 많다. 소비자 반응과 새로운 개념의 제품 정보도 교환한다.
TV는 5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이 인기다. 하지만 거실이 아닌 개인 방안에 TV를 더 넣는 것이 제조사와 유통사업자 공동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영상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TV가 가족용이 아닌 개인용 흐름도 나타난다”며 “삼성·LG는 물론이고 중소 제조사까지 ‘책상위에 놓는 TV’ 콘셉트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PC모니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모니터 겸용 TV, 고급 기능을 뺀 30인치 이하 TV 등이 꾸준히 시장에 나오고 있다. 미니빔 TV는 가정은 물론 야외에서도 대형화면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틈새를 노린다.
냉장고는 용도별 세분화가 많이 나타났다. 김치냉장고도 이제 웬만한 가정에선 필수 가전이 됐다. 여기에 와인, 화장품, 차량용 냉장고까지 시장에 나와 있다. 이미 가정 내 냉장고 수는 하나가 아닌 둘, 셋이다. 동부대우전자는 ‘틈새 공략’ 미니 가전으로 초소형 김치냉장고를 최근 출시했다. 김치 보관량이 적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이다.
세탁기는 소량 세탁을 겨냥한 미니세탁기가 대표적이다. 동부대우전자는 벽걸이형 드럼세탁기 ‘미니’로 인기몰이를 했다. 적은 세탁물을 간편하게 처리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제품이다. LG전자가 올해 내놓은 전략제품 ‘트윈워시’는 아예 ‘상 드럼-하 통돌이’로 두 개 세탁기를 한 번에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세컨드 가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충분한 부가가치를 얻는다는 분명한 인식을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 마케팅 공세를 넘어 소비자를 만족시킬 아이디어와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