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 공기와 싸우는 자동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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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행시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풍동시설. 자동차 업체들은 풍동 시설에서 공기 저항을 측정하고 이를 낮출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주력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 경험은 누구나 있다. 자동차 속력이 빨라질수록 손은 더 강하게 뒤로 밀린다. 이는 자동차가 빠르게 공기를 가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만큼 공기 저항이 상당하다.

공기 저항은 자동차 연비를 좌우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다. 공기 저항계수를 10%만 낮춰도 연비가 2%가량 개선된다. 엔진 성능을 개선하거나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공기 저항계수를 낮추는 것도 연비 개선 주요 과제인 것이다.

공기 저항은 연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공기 저항은 주행 안전성, 조향, 고속 주행시 차량 정숙성, 차내 환기 등 전반적인 자동차 주행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동차 위로 움직이는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풍동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 외부에서 받는 공기 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차체 앞면에서 받는 ‘항력’과 옆 바람에 의한 ‘횡력’, 자동차를 뜨게 하는 ‘양력’이다.

항력은 자동차가 공기를 뚫고 앞으로 나가려고 할 때 차량 진행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항력은 느린 속도에서는 미미하지만 빠른 속도에서는 급격히 커진다. 항력 크기는 자동차 주행 속도의 제곱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고속주행시 특별히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흔들거리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자동차 업체들은 항력을 최소화하고 부딪치는 공기를 부드럽게 흘려보내기 위해 차체를 유선형으로 제작한다. 고속주행이 중요한 스포츠카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스포츠카들은 풍동 시설 속에서 수많은 기류 검사를 거쳐 공기를 송곳처럼 뚫고 나갈 수 있는 최적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포뮬러 머신은 자동차 공기역학의 진수다. 차체 모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기록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포뮬러 머신은 작은 부품까지 공기역학을 고려해 제작된다. 하지만 포뮬러 머신이 무조건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 모양으로 설계되는 것은 아니다. 포뮬러 머신 차체 무게는 500㎏ 내외로 굉장히 가벼운데다 최고시속은 350㎞에 달해 자칫 양력에 의해 차량이 전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력 때문에 차량이 들리면 타이어와 지면 접지력이 약해져 속력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포뮬러 머신 차체는 양력을 누르는 다운포스가 발생하도록 설계된다.

평상시에는 그 힘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공기는 의외로 큰 힘을 가지고 어디서든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언젠가 만날 자동차들은 공기 힘을 뚫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지금도 풍동시설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몸을 ‘깎고(?)’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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