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특별기획]<7>IT강국 대한민국 허울 벗고, 토종 핀테크 현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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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IT강국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IT강국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그룹, 텐페이, 은련 등 ‘차이나페이’가 새로운 핀테크 강자로 부상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이 ‘핀테크 종속국’으로 전락할 위기라고 진단했다.

한국 전자금융 서비스 환경은 전 세계 최고다. IT 인프라에 바탕을 두고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간편 입출금서비스 등 다양한 핀테크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쉽고 심플한 해외 서비스를 이미 경험해 본 국내 사용자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결제 서비스 창출에 고심하고 있다.

학계와 업계도 대한민국 핀테크가 출발은 늦었지만 전통적 IT강국인 만큼 핀테크 지향점만 찾으면 빠른 진행 속도로 짧은 기간 안에 격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 찬가를 부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핀테크를 주도해야 할 금융사는 충분한 IT 기반 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협업 플레이에 소극적이다.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핀테크 스타트업 역시 해외에서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모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테크를 주도해야 할 금융기관이 스타트업과 공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스타트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협력 관계를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오히려 중국 알리페이, 은련 등 중국 기업과 협력해 수익 창출에 더욱 힘을 쏟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후진국으로만 치부했던 중국은 강력한 정부 규제 완화와 막대한 IT기업 투자, 현지 최적화 비즈니스 모델을 양산하며 전 세계 핀테크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왔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카드 시장을 개방했다. 해외 카드사와 은행 진입을 전면 허용하면서 ‘폐쇄’보다는 ‘무한경쟁’을 택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알리페이와 텐페이라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며 외연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덕분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가입자, 온라인 결제 분야 노하우에 기반을 두고 단기간에 오프라인 결제 네트워크도 구축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핀테크가 혁신적 아이디어와 첨단기술로 재무장해 혁신 기반 핀테크로 현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시대를 주도하려면 기존 금융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거래와 금융 소비자 사용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금융기관도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금융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파괴적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M&A 등을 활용한 전체 시장 키우기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혁신 모델 창출이 필요하다.

핀테크 산업의 기술적 환경은 충분하지만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이용해 정의되고 고안됐다. 반면에 중국, 유럽 등은 시장 성장속도와 생태계를 고려한 정책 입안에 나섰다. 중국이 짧은 시간 안에 핀테크 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철저한 시장 중심 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처음부터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규정을 강화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하는 사후 규제가 우리나라보다 발달했다.

최근 한국 정부도 규제 일변 핀테크 허들을 없애고자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창출에 나섰다. 스타트업 사업 활로를 넓히려 금융권 API를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 창출이 목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역시 해외와 다른 차별화가 관건이다.

2014년 말 기준 위어바오 온라인MMF펀드 운용자금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가입자는 1억8500만명에 달한다. 불과 3년 만에 이룩한 중국 핀테크 산업 일례다. 미국과 영국 중심 핀테크 산업이 중국을 만나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는 한국 핀테크가 알리페이 등 환경이 전혀 다른 국가 모델을 답습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 금융 틀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중국 알리페이와 같은 혁명 사례가 한국에도 출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됐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미국, 중국 등 공룡기업 참여로 국내 금융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핀테크 사업 진흥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 등 거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모바일 결제 산업에서 한발 늦은 한국은 이제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차별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