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임기 후반 국정동력 확보 천명…새로운 카드 없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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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돈다. 가득 찼던 컵의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기보다는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인지 6일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는 자신의 표현대로 절실했다. 우리 경제와 사회 문제를 적시하고 강력한 개혁의지를 천명했다. 국회와 국민에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호소는 절실했지만 담화를 채우는 내용과 형식은 부실했다. 4대 구조개혁 과제를 풀어갈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국정원 해킹·사찰 등 민감한 현안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에게 양보를 구한 것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24분간 대국민 담화 동안 ‘경제’와 ‘개혁’을 각각 37회, 33회 언급했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것이라는 담화문 제목을 반영하듯 두 단어가 핵심 키워드였다.

이들 못지않게 많이 등장한 것이 ‘국민(29회)’이다. 이 가운데 단순히 국민을 호칭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민에 협조와 양보를 구하는 데 쓰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협력이 절실”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 힘껏 지지해 주신다면” “국민 여러분이 함께 손잡고 동참해 주실 때만이” 등 4대 구조개혁 성공 필수 요건으로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간곡하게 부탁드렸습니다” “국민과 후손들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라는 식으로 국민감정에 호소하거나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국가 지도자로서 4대 구조개혁을 완성할 대안 제시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첫째 과제 노동개혁과 관련, 이미 알려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외에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과 고임금·정규직 근로자에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당부하고, 기성세대에 고통 분담과 기득권 양보를 요청했다. 갈등을 반복하는 노사정 논의에서도 한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도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실업급여 10%P 인상과 지급기간 한 달 연장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실직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른바 ‘경제 활성화법’ 국회 처리 지연 문제를 또다시 제기한 것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국회 표류가 서비스 산업 빅뱅을 가로막고 있다며 사실상 야당을 압박했다. 이미 알려진 문제를 재차 언급한 것이 실제 법안 처리 과정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 외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부흥을 일으켜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을 완성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구현에 이르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경제 재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013년 취임과 동시에 핵심 어젠다로 제시한 창조경제 정책에 계속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자칫 창조경제 추진 동력이 힘을 잃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는 전 세계가 공감하는 경제적 대안이자 희망”이라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관심을 모았던 메르스 사태, 국정원 해킹·사찰 의혹, 광복절 특사 문제 등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담화를 앞두고 대통령이 최근 현안에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을 모았다.

담화문 주제가 ‘경제 재도약’인 만큼 논의 범위가 여러 분야로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현안 언급을 피한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후반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정 동력을 한곳에 집중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도 국민 관심 사안을 언급하지 않고 정부에 필요한 구조개혁 협력만 강조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