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로 된 트랜지스터 탄생... 무어의 법칙, 한계 직면했나

과학자들이 안정적 구조 분자 크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해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다.

최근 독일·일본·미국 연구진이 분자 크기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이 연구에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와 풀드루이드연구소(PDI), 일본 NTT 기초연구실(NTT-BRL), 미국 해군연구소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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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안정적인 구조의 분자 크기의 트랜지스터(사진)를 개발해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자료=미국 해군연구소>

이 트랜지스터는 12개 원자로 둘러싸인 단일 분자로 만들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될 확률이 높아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네이처피직스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 트랜지스터는 인듐 비소(indium arsenide) 결정체 위에 프탈로시아닌(phthalocyanine) 단일 분자가 있고 주변에 양전하를 띤 인듐 원자 12개가 원형 고리 형태로 감싸고 있는 구조다.

각각 인듐 원자는 직경 167피코미터(pm)로, 최근 IBM이 발표한 반도체 미세회로 공정인 7나노대보다 42배 작다. 10만나노(nm) 두께인 인간 머리카락과 비교하면 60만분의 1 크기 원자가 이 트랜지스터를 감싸고 있는 셈이다. 직경 6000나노인 적혈구보단 3만6000분의 1, 너비 2.5나노인 DNA가닥보다 15분의 1 크기다.

이 트랜지스터는 양자(quantum) 컴퓨팅 기술에서 특히 엄청난 발전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양자 컴퓨팅은 현존하는 컴퓨터와 시스템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다.

물질 크기가 원자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과학자들은 전자 흐름을 안정적으로 다루지 못해왔다. 전자가 트랜지스터 바깥으로 튀어 오를 수 있어 이를 한데 붙들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가 없으면 트랜지스터가 꺼져 저장한 정보가 날아간다.

연구진은 고성능 스캐닝 터널링 전자현미경(STM)을 사용해 원자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전자가 게이트를 오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프탈로시아닌은 보통 염료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유기 분자다. 이들은 트랜지스터 중심에 놓인 프탈로시아닌 분자가 원자 충전 여부에 따라 방향을 바꾸도록 설계했다. 인듐 원자가 게이트 역할을 하고 전자 한 개가 터널을 통해 오가 정보를 확실히 저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가디언은 “이 트랜지스터는 현존하는 퀀텀 시스템보다 작은 크기로 정확히 조정 가능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며 “이처럼 작은 트랜지스터로 만들어진 컴퓨터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향후 연구에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무어의 법칙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내 트랜지스터 수가 18~24개월마다 갑절 늘어나 칩 처리능력이 2배 향상한다는 내용이다. 칩 안에 트랜지스터가 많을수록 성능은 올라간다.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PC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쓰이는 가장 미세한 첨단 공정은 14나노 핀펫(FinFET)이다. 최근 IBM이 실리콘게르마늄(SiGe)과 극자외선(EUV) 노광을 활용해 7나노 공정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한 상태다.

이 단일 분자 트랜지스터가 칩에 도입될 가능성은 적다. 프로세서 구조가 복잡한 만큼 STM을 활용해 이를 일일이 그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하지만 이 새로운 연구가 컴퓨터 진화 다음 단계로 알려진 양자 컴퓨팅 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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