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용으로 함께 할당하는 방침이 확정됐다. 수년간 끌어온 주파수 분쟁이 마무리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13일 주파수 소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700㎒ 분배안에 최종 합의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주파수 소위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5개 채널(30㎒ 폭)을, 이동통신에 40㎒를 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르면 이달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 심의위원회에서 해당 분배안을 심의한다. 다음 달 고시 개정을 끝으로 주파수 분배 논의는 마무리된다. 700㎒ 논란이 종식되면서 정부 주파수 전략 수립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연내 140㎒ 주파수 폭 경매 계획 마련에 착수한다. 지상파 UHD 방송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00㎒ 분배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부는 700㎒ 내에 지상파 5개 채널을 넣기 위해 보호 대역을 줄이는 초강수를 택했다. 통신업계와 학회는 보호 대역을 줄임으로써 이동통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UHD 방송 간 전파간섭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정부가 주장하는 2만가지 이상 상황에서의 시뮬레이션이 실효성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효율적인 주파수 정책도 필요하다. 내년에 경매에 나올 주파수 대역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분배할 주파수까지 아우르는 미래형 주파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트래픽은 과거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에서 예측했던 월 평균 최대 트래픽을 지난해부터 초과하고 있다”며 “초고속, 대용량 등 향후 다가올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략보다 주파수 보급 시기를 앞당기고 공급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700㎒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700㎒ 주파수 이용 등 투자계획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투자 계획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사가 주장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난시청 해소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가 지상파 방송사에 아무런 대가 없이 분배됐다”며 “미래부와 방통위는 국민이 공공 자산을 누가, 어디에,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정부가 지상파 방송의 UHD 방송 투자 계획을 철저하기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는 주파수 할당 이후 투자 계획을 공개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가 내려진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